‘유혹’의 이정진이 박하선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불도저처럼 몰고 가다 속도를 늦췄다. 전 부인이 등장하자 이정진의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정진 이 남자, 허술한 듯 보이지만 무섭고 섬뜩하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유혹’(극본 한지훈, 연출 박영수) 14회분에서는 사랑하는 여자 홍주(박하선 분)을 위해 세영(최지우 분)과 석훈(권상우 분)에게 잔인한 복수를 한 민우(이정진 분)가 전 부인 지선(윤아정 분)을 만난 후 홍주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내용이 그려졌다.
민우는 홍주가 자신과의 결혼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홍주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결혼까지 한 남자. 홍주가 어머니(정혜선 분)에게 무리한 부탁을 받으면 백마 탄 왕자처럼 홍주의 편을 들어주고 홍주가 임신할 수 없는 몸이라고 말하지 않고 결혼했는데도 무조건적으로 이해했다.

그런 민우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영에게 민우를 무너뜨리자는 제안을 받은 지선이 이 사실을 일부러 민우에게 알렸고 민우는 지선의 대답을 궁금해 했다. 지선은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고 민우는 그런 지선이 의심스럽다며 지선이 과거 자신을 닮은 지푸라기 인형을 만들어 바늘 꽂아놓은 것을 언급했다. 이에 지선은 “인간 강민우는 원망해도 미우나 고우나 애들 아빠다. 다른 여자랑 손잡고 당신 망하게 하는 짓 안한다”고 말하면서도 홍주가 거절했던 자신의 선물을 민우에게 주고는 홍주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민우는 그런 지선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한참 바라봤다. 민우가 지선에게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 홍주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홍주와 결혼하려고 온 몸을 바쳤던 민우였지만 홍주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부인에게 눈을 돌리는 민우의 태도가 무섭기만 하다.
또한 장대표를 찾아갔다 만난 석훈에게 아무렇지 않게 세영과의 이별을 언급하는가 하면 당당하게 아진그룹으로 스카우트를 하려고 했다고 하고 아진그룹 창립 기념식에 일부러 석훈이 오도록 만들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창립 기념식에 온 지선을 보고는 크게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지선이 떠나면서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방 번호를 알려주며 유혹하자 “거길 왜 가냐”며 발끈하면서도 호텔방 번호를 외웠다. 이어 홍주가 전 남편 석훈의 편을 드는 모습에 “지금 남편이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기분 나빠하며 결국 지선에게 가려고 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언제는 홍주가 없이는 못살 것 같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선에게 호기심을 느끼고는 금방 태도가 변하는 민우의 기복이 소름 끼치도록 섬뜩하다. 회사에서는 비자금 장부도 직접 관리할 정도로 철저하고 여자에게는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민우. 그의 태도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 이정진의 연기가 한몫하고 있다.
이정진은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듯한 당당한 태도와 비열한 미소, 그러면서도 허술한 모습 등 복합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민우 캐릭터를 강화시키고 있다. 또 한 번 여자 때문에 변화를 맞이한 민우를 앞으로 어떻게 그려내며 극을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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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유혹’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