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을 타격왕 도전자로 만든 2가지 변화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8.27 06: 15

“정말 타격왕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1번타자이기 때문에 타석도 자주 돌아와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가 지금 이렇게 치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민병헌(27, 두산 베어스)은 현재 타율 3할6푼4리로 타격 3위에 올라 있다. 1위 최형우(삼성)와는 6리차. 잔여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타격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민병헌은 자신의 말처럼 타격왕 타이틀에 신경을 쏟고 있지는 않다. 그저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과 팀을 위해 최선이라는 생각뿐이다.
올해 맹활약하는 가장 큰 비결은 정신적인 부분에 있었다. 민병헌은 “지난 시즌 잘 하다가 포스트시즌에 못해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스스로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확실한 주전이 아니라고 생각한 민병헌은 자신을 채찍질하며 이제는 확고한 자기 자리를 만들어냈다.

기술적으로는 일명 ‘기마자세’의 효과를 보고 있다. 민병헌은 “서면 회전이 빨라지지만, 대신 방망이에 맞히는 정확성은 떨어진다”는 말로 자신의 타격 자세가 갖는 장점에 대해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민병헌의 말을 반대로 받아들이면 ‘기마자세’를 취할 경우 회전은 늦어질 수 있으나 정확히 타격하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정신력과 기술적인 면 2가지가 조화되며 민병헌은 타격왕 경쟁에 뛰어드는 수준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는 선수에게는 부족한 점만 보이기 마련이다. 민병헌은 최고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지만, 도루는 올해 19번 시도해 12번 성공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에 민병헌은 “홈런이 줄어든다고 해도 더 빨라지기 위해 시즌이 끝나면 체중 감량을 할 계획이다. 올해 아프기도 했는데, 보통 몸이 가벼워지면 아픈 것도 없어진다”며 체중을 줄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원하는 것은 타격왕 타이틀보다 팀의 4강이다. “타이틀은 없어도 괜찮다. 팀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말하며 민병헌은 팀의 4강 경쟁을 이번 시즌의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무엇보다 팀 성적을 강조하는 것은 팀 동료들과 다 같이 잘 되려고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진했던 팀이 겨울에 연봉협상을 할 때 항상 칼바람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런 게 싫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민병헌의 생각이다.
지난해가 주전으로 도약한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공수 양면에서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며 기록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타선의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시즌이 되고 있다. ‘칼바람’을 피하고 싶다는 민병헌의 소망은 타석에서 보여주는 스윙만큼이나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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