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도 이런 날이 온다. 외국인 투수들이 연이틀 선발승을 거두며 팀 연승을 이끌었다. 한화에 언제 또 이런 날이 있었는지 쉽게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고무적인 승리 릴레이였다. 한화 통역이 2경기 연속 수훈 선수 방송 인터뷰에 나서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선 풍경이었다.
한화는 지난 25~26일 광주 KIA전과 대전 NC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KIA전은 9-0 영봉승, NC전은 3-2 진땀승. 하지만 2경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외국인 투수들의 선발승이었다. KIA전 앤드류 앨버스에 이어 NC전 라이언 타투스코까지 2경기 연속 외국인 투수 선발승을 장식했다.
앨버스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앨버스는 25일 KIA전에서 9이닝 9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뿌리며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따냈다. 한화 외국인 투수로는 2003년 4월27일 문학 SK전 호라치오 에스트라다 이후 11년만으로 구단 사상 3번째 외국인 완봉승. 여세를 몰아 타투스코도 26일 NC전에서 한국 데뷔 후 가장 많은 7⅓이닝 105구를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와 인연이 없는 팀으로 유명하다. 2001년 처음으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한화는 그러나 그해에만 호세 누네스, 데이비드 에반스, 브라이언 워렌, 대런 윈스턴, 카를로스 차베스, 브랜든 리스 등 무려 6명의 외국인 투수가 오가며 골머리를 앓았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한화에는 24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거쳐갔지만,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것은 2007년 세드릭 바워스가 유일했다. 세드릭은 그해 11승을 올렸지만 13패로 패전이 더 많았으며 제구난으로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그런 한화에 있어 2경기 연속 외국인 승리의 의미는 크다.
그렇다면 한화 사상 2경기 연속 외국인 투수가 승리투수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한화 외국인 투수가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된 것은 2011년 있었다. 그해 9월2~3일 대전 넥센전에서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2경기 연속 구원승을 거둔 바 있다. 바티스타는 1⅔이닝과 2⅓이닝 투구로 연이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홀로 2연속 승리를 기록했다.
2경기 연속 외국인 선발승은 지난해에 처음 있었다. 5월26일 대나 이브랜드가 대전 삼성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리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5월28일 잠실 LG전에서 바티스타가 7이닝 3실점으로 막고 한화 창단 첫 2경기 연속 외국인 선발승을 합작했다. 앨버스-타투스코의 2경기 연속 외국인 선발승은 두 번째이지만 휴식일없이 이틀 연속으로 따지면 최초다.
타투스코는 "요즘 우리팀 구원투수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다. 앨버스와도 '우리가 선발투수로서 최대한 긴 이닝을 던져 불펜의 피로감을 덜어주자'고 이야기했다. 최근 4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잘 해주며 승리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앨버스와 타투스코의 책임감이 연이틀 외국인 선발승이라는 의미있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한화에는 더없이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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