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표절 논란, KBS 횡포일까 누명일까[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8.27 08: 47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흥행영화 '관상'의 드라마화를 둘러싸고 제작사와 KBS 사이에 표절 시비가 벌어졌다. '관상' 제작사 주피터필름은 KBS를 상대로 지난 25일 법원에 소장까지 접수시킨 상황이다.미디어와 엔터 업계에서는 갑중의 갑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 지상파 방송사 KBS를 상대로 조그만 기획사가 왜 반기를 들었을까? 잘 잘못은 판사가 가려주겠지만 그 논란의 발단이 궁금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고 신나는 소재임에 분명하다.
문제의 시작은 KBS가 관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 '왕의 얼굴' 제작을 알리면서다. 주피터 필름이 발끈했다. 영화 '관상'을 갖고 원소스 멀티유즈에 나선 이 회사는 책 '관상' 출판에 이어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드라마 방송 제안을 KBS에 먼저 했었다는 게 관심 포인트다. KBS도 이는 인정하고 있다.
주피터 필름은 KBS 측에 드라마 기획안까지 몽땅 줬다고 한다. 당시 협상을 같이 했던 팀들이 그대로 '왕의 얼굴'을 만든다고 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둑에게 집안 금고 위치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언제 외출하겠다고 말해준 셈이다. 주피터 필름은 '관상'으로 대박을 내고도 정작 상대의 관상 볼줄은 전혀 몰랐던 모양이다. 몽땅 다 털렸으니까.

물론 KBS 주장은 다르다. 간단히 요약하면 "드라마 제안은 받았었지만 별 볼 일 없던데"다. 공식 입장을 그대로 옮기면 '지난 2012년 KBS미디어 관계자가 영화 '관상' 제작사의 관계자로부터 영화 시나리오의 드라마화에 대한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드라마 기획안을 제공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제안에 대해 '드라마화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전달한 바 있고, 이후에도 해당 영화사와 한 번도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았다. 이후 '왕의 얼굴' 제작사인 KBS미디어는 영화 '관상'의 드라마화와는 별개로 작품을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주피터 필름은 바로 이 대목에서 발끈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법무법인 측은 "주피터필름 측이 작가 계약 체결 문제, 계약 주체 문제, 매출 파악 및 해외 판권 판매 등를 두고 KBS미디어와 이견이 생겼고 이를 좁히지 못해 드라마 제작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없던 일로 한다고 통보했지만, 각 시나리오와 기획안 등이 이미 인도된 바 있어 그것을 이용해 드라마로 저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상'과 '왕의 얼굴'의 유사성이나 표절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음악이건 드라마건 영화건 책이건 간에, 세상 모든 저작물들은 이리 꼬고 저리 꼬아 '내 것이요'하고 내놓으면 표절 판정이 애매해진다. 또 유사한 소재라고 해서 모두를 표절이라고 몰아부친다면 하늘 아래 표절아닌 저작물이 과연 몇이나 될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이번 시비의 핵심은 KBS가 주피터 필름과 사전 접촉을 했었다는 사실에 담겨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양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법원은 그 사실관계 규명에 중점을 둬야할 것이다.
어찌됐건 KBS는 '왕의 얼굴' 제작에 앞서 떳떳한 모양새는 아니다. 제작 제안을 받았던 드라마의 소재를 갖고서 '내 것이요'하며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거니까.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영화 '관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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