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매직아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6일 방송에서 출연진은 ‘도촬’(도둑촬영)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김구라와 게스트 김수용과 박건형은 ‘도촬’을 넘어서 일상 속 남성들의 역차별을 언급했고, 이효리와 문소리 홍진경이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파파라치로까지 이어졌다. 이효리는 파파라치에 포착됐을 당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고, 문소리는 뉴욕에서 파파라치에 포착됐던 경험 등을 털어놨다. 유무죄가 애매모호한 ‘도촬’의 기준 등은 흥미로운 대목이기도 했다.

문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말들이었다. 김구라는 노출이 있는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고 이야기하며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는 최근 등산복들을 언급했다. 문소리는 “그런 옷차림이 문제이냐”고 되물었고, 김구라는 “일종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문소리는 “저 이야기에 정말 반대한다”고 반박하며 “여성의 자극적인 옷차림으로 범죄가 일어나나고 하는 사람은 사회생활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극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소리의 발언은 일리가 있었다. 노출이 있는 의상이 훔쳐보기의 여지를 준다는 발언을 확장하면, 옷차림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들렸기 때문이다. 이는 성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논리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분노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김구라는 해당 발언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을 설명했고, 문소리도 ‘일부 여성들의 과잉반응’이란 김구라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만 놓고 봤을 땐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다.
‘도촬’이란 주제선정부터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위험했다. 땔감토론이란, 반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포맷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용이했지만, 토론의 방향은 중구난방이었다. 내용 또한 정교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듬어주거나 산만함을 막을 만한 인물이나 장치를 찾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문소리가 역차별에 불평하는 남성 출연진에게 “남성보다 여성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남성들이 불편을 겪는 것 같다”고 정리해주는 정도였다.
‘매직아이’는 시사와 토크쇼를 결합한 예능이다. 그 시도나 콘셉트는 신선하다. 하지만 아직 프로그램의 포맷조차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높은 화제성에 비해 저조한 시청률과 낮은 호감도도 아쉬운 부분이다. ‘매직아이’에는 연예계에 내로라 하는 입담꾼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분명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극성끼리만 만나면 충돌한다. 토론 프로그램에 중립을 지키는 사회자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강한 멘트를 시청자가 듣기 편하게 희석시켜주고, 한쪽으로 기운 의견을 바로 잡아줄 장치나 인물도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제대로된 방향성과 토론에서의 중심, ‘매직아이’에 현재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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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아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