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영화 '해무'(심성보 감독)가 흥행 뒷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대작 빅(BIG) 4 중 마지막 작품으로 출격한 '해무'는 개별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 손익분기점을 넘고 흥행한 다른 작품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해무'는 지난 26일 전국 2만 5667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139만 6171명이다.
1위인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같은 날 12만 4058명을 모아 '명량'을 꺾고 5일째 흥행 정상을 달리고 있고, '명량' 역시 1600만명을 넘은 시점에도 평일 하루 8만 9438명을 모으며 쉽게 꺾이지 않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외화 '비긴 어게인'과 '안녕, 헤이즐'이 감동 수작이라는 입소문으로 3, 4위에 오른 모습이다.

'해무'의 손익분기점은 300만여명이다. 영화 자체의 힘으로 뒷심을 기대했던 '해무'는 왜 힘찬 항해를 하지 못하고 있을까.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기대 이하의 부진 이유로는 타겟층이 애매했다는 분석이 많다. 여름 성수기에 출격,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타 영화들과 차별화가 됐지만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은 '명량', 젊은이들을 넘어 초통령이 된 '해적:바다로 간 산적' 사이를 파고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량'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본 20대 이상 관객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작품성은 담보했던 탓에,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다 얼마나 관객의 입맛에 맞느냐가 중요했던 올 여름 대전에서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부진 요인인 듯 보인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내용을 넘어 소재 자체가 100억원대 대작물로 적합했냐는 의문도 있다.
빅1의 첫 주자였던 '군도:민란의 시대'에 대한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 것은 스토리텔링 측면이 컸다면, '해무'는 그 소재 자체다. 망망대해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치열한 욕망과 혼란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번 여름 대작들 중 가장 어둡고 암울했다. 이는 얼룩진 현 사회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반추하게도 하는데, 이것이 즐거움이나 카타르시스로 나아가지 못한 모습이다.
물론 미덕도 있다. 박유천이라는 영화 배우를 탄생시켰고 연기자들의 앙상블은 환상적이었다. 봉준호 사단의 디테일이 묻어나며 공들인 만듦새를 자랑하지만 관객의 '감정 이입'이란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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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