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서 등번호 10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달았던 10번, 그에 걸맞게 10번을 달았던 두 명의 선수 모두 롯데에서 얼마 버티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10번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번호가 됐다. 그럼에도 작년 말 10번을 선택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하준호(25)다.
지난 2008년 롯데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하준호는 투수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작년 말 타자 전향을 결심했다. 경남고 시절 타자로도 가능성을 보여줬던 하준호는 후반기 1군 좌익수로 출장 경기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27일, 하준호는 드디어 1군 홈런포를 신고했다. 그리고 홈런에 만족하지 않고 극적인 역전승을 이끈 귀중한 활약을 펼쳤다.
하준호는 2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전에 좌익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하준호의 1군 첫 홈런이 터진 건 3회. 0-2로 끌려가던 3회 하준호는 선두타자로 등장, 삼성 선발 마틴의 초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솔로 홈런보다 귀중한 안타가 4회 나왔다. 롯데는 1-3으로 뒤진 4회 2사 후 신본기와 김민하의 안타로 1,2루 찬스를 만든다. 합의판정으로 만든 귀중한 기회. 그리고 타석에 선 하준호는 마틴의 체인지업을 가볍게 받아쳐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하준호의 안타 이후 롯데는 황재균이 2타점 역전타, 정훈이 1타점 중전안타를 연달아 터트려 경기를 5-3으로 뒤집었다.
6회 삼진으로 물러나며 잠시 숨을 고른 하준호는 7-4로 앞선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쐐기 타점을 올렸다. 상대 실책으로 만들어 진 무사 1,3루에서 하준호는 김건한의 공을 가볍게 잡아당겨 1-2루 사이를 통과하는 1타점 우전안타를 터트렸다. 7연패에 종지부를 찍는 귀중한 득점이다.
등번호 10번. 하준호는 거대한 선배의 등번호가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새로운 롯데 10번 하준호가 써내려 갈 스토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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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부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하) 하준호 프로데뷔 홈런공.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