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삼성' 발목잡은 선수들의 지나친 여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8.28 06: 29

'최강삼성'. 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응원구호다. 그리고 삼성은 이 말 그대로 2010년대 최강의 팀이다. 2011년 우승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통합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고 올해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정규시즌 우승이 확실시된다.
그래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여전히 "우리도 갈 길이 바쁘다"고 말한다. 이제 정규시즌 20여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2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은 류 감독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선발 매치업은 삼성은 J.D. 마틴, 롯데는 이상화로 삼성 쪽에 다소 유리했다. 이상화는 올 시즌 아직 승리가 없는 반면 마틴은 후반기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삼성은 1회 무사 만루에서 최형우가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기분 좋게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아쉬운 주루가 나왔다. 최형우의 타구는 높게 떠 좌익수를 넘겨 좌측 펜스에 맞았지만 정작 최형우는 1루에 있었다. 아무리 발이 느린 타자라도 2루타가 되었어야 할 타구, 알고보니 1루 주자였던 채태인이 홈런으로 착각했는지 타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뛰었다. 길이 막힌 최형우는 1루에 멈출 수밖에 없었고, 삼성은 추가점을 얻지 못했다.
채태인의 아쉬운 주루는 또 나왔다. 2-0으로 앞선 3회 채태인은 선두타자로 등장,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최형우가 볼넷을 얻어내 무사 1,2루 추가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승엽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조동찬도 외야 멀리 타구를 보냈다. 조동찬의 타구는 워닝트랙 부근에서 우익수 손아섭에게 잡혔다. 2루에 있던 채태인이 3루로 태그업 하는 게 정석적인 플레이. 하지만 채태인은 타구판단 실패로 길게 리드를 나가 있었고 손아섭이 공을 잡았을 때는 3루로 뛰기에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주루에서 채태인이 아쉬움을 남겼다면 수비에서는 김상수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김상수는 3-1로 앞서가던 4회말 2사 1루에서 롯데 김민하의 빗맞은 내야땅볼을 지나치게 여유를 갖고 처리했다. 김민하는 롯데에서도 발빠르기가 손꼽히는 타자, 게다가 타구 속도까지 느렸지만 김상수는 천천히 공을 기다렸다가 천천히 안전하게 1루로 송구했다.
첫 판정은 아웃, 그러나 롯데는 합의판정을 신청했고 판정은 세이프로 바뀌었다. 이후 롯데는 2사 후임에도 하준호가 1타점 적시타, 황재균이 2타점 역전 2루타, 정훈이 1타점 적시타를 연달아 터트리며 마틴을 무너뜨렸다. 김상수 플레이의 공식 기록은 유격수 쪽 내야안타, 그렇지만 실제로는 김상수의 수비실책에 가까웠다.
역전을 허용한 삼성은 4-6으로 뒤진 8회말 수비에서 박석민의 악송구가 빌미가 돼 5실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지만 박석민의 실책은 앞서 채태인과 김상수가 보여 준 플레이와는 다르다. 박석민이 저지른 실책은 경기 중이면 있을 수 있는 장면이지만, 채태인과 김상수는 느슨한 플레이로 상대에게 기회를 넘겨주고 말았다.
롯데에 패배한 삼성은 여전히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위 넥센과도 6.5게임 차라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이날 패배는 삼성에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삼성은 이런 경험조차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온 팀, 다시 한 번 나사를 조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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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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