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래(32, 청원군청)에게 있어 2012 런던올림픽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생애 처음으로 달아본 태극마크의 무게감, 그에게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 올림픽이라는 무대, 그리고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의 기쁨까지. 최영래에게 있어 런던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 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그는 조금씩 잊혀지기 시작했다. 런던올림픽 당시 그에게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암전(暗電)됐다. 사격의 대명사는 여전히 진종오였고, 김장미였다. 지난해 회장기 전국사격대회 10m 공기권총에서 오랜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부활의 시작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영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50m 권총 대표팀에 승선해 생애 첫 아시안게임을 치르게 됐다. 담담한 표정으로 사대에 서서 과녁을 정조준하는 최영래와 지난 26일, 진천선수촌 사격장에서 만났다.

최영래는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그동안 총이 잘 안맞았다. 선발전 기간 동안 긴장했다가 처졌는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랬나보다. 전지훈련 이후 잘 맞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건 은메달리스트지만, 그는 여전했다.
하지만 바뀐 점도 있었다. 예전보다 더 당당해지고, 덜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최영래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을 두고 "자신감이 없지는 않다. 그저 내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호승심을 보였다. "단체전이 있어서 아무래도 더 긴장된다. 나 혼자로 안끝나니까"하고 덧붙이고는 슬쩍 웃었지만, 이미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겪었기에 중압감에 대처하는 법은 알고 있을 터였다.
"국제대회가면 마음이 더 차분해지는 것 같다. (올림픽이라는)너무 큰 걸 겪었지 않나"하고 웃은 최영래는 가족들 앞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르게 될 생각을 하면서 '잘 해야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진)종오형, (이)대명이처럼 큰 선수들이 있으니 나는 내 것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담백한 각오를 전했다.
런던올림픽의 영광은 끝났지만, 최영래의 선수생활은 아직 길게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은 최영래에게 있어 또 하나의 시험이 될 수 있다. 최영래는 "선수생활이 끝이 아니고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내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천아시안게임을 정조준했다. 남은 것은, 명중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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