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승맨' 투수 안영명(30)이 마운드에 오를 때 나오는 등장 음악은 원타임의 '니가 날 알어?'이다. 노래 제목처럼 안영명의 정확한 보직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안영명은 올해 한화 마운드의 만능 키다. 시즌 초반 추격조를 시작으로 선발과 롱릴리프 그리고 중간 셋업맨과 마무리까지 보직이 수차례 달라졌는데 등판 상황도 언제 어떻게 구체적으로 메뉴얼된 것이 없다. 김응룡 감독이 급할 때 가장 많이 찾는 투수가 바로 안영명이다.
▲ 모든 보직이 매력, 타고난 연투능력자

안영명은 올해 36경기 5승5패3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로 6경기에 나와 31이닝, 구원으로 30경기에서 43⅔이닝을 던졌다. 특히 본격적으로 불펜으로 전환한 7월 이후 한화가 치른 37경기 중에서 무려 24경기에 등판해 34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1패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2.88로 위력투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부터 많은 보직을 옮기며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를 메웠다. 7월 이후 필승조로 자리 잡은 뒤에는 잦은 등판으로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안영명은 "선수는 코칭스태프에 맞춰야 한다. 아프고 힘들면 내가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 아픈데 없고, 힘들지 않은데 경기에 안 나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9회 세이브 상황은 물론 7~8회 홀드 상황도 그 자리에 맞춰 해야 한다. '안정진'의 '안'이니까 내가 제일 먼저 나가야 하지 않겠나"며 "모든 보직이 매력있다. 특히 구원투수 보직에는 애착이 있다. 난 30~40개를 던져도 연투가 가능하다. 선천적으로 몸이 빨리 풀리고 알이 잘 배이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 두려움보다 즐거움, 가장 기억에 남을 시즌
안영명은 "위기 상황에서 막을 때 희열을 느낀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나는 재미있다.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26일 대전 NC전 3-2로 리드한 9회 2사 만루에서 이상호에게 직구를 결정구로 루킹 삼진 잡은 건 백미였다. "팀 성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야구인생에서는 올해가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는 게 안영명의 말이다.
그는 "선발로 10승도 해보고, 중간으로 60경기 이상 나간 시즌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은퇴할 때가 되면 올해를 잊지 못할 듯하다. 군제대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야구를 마음껏 하니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공익근무로 군입대하기 전에도 목 부상으로 거의 못 던졌던 그에게는 3년 공백의 설움을 날리는 한풀이 시즌이다.
안영명은 언제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다. 가령 27일 대전 NC전에서는 7-2로 리드한 7회 1사 1·2루에서 구원으로 나와 1⅔이닝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미 벌어진 스코어 때문에 홀드와 세이브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지만 팀이 필요로 하자 군말없이 마운드에 올라 최고의 투구를 했다. 전날 슈퍼세이브 기세를 이어갔다.
안영명은 "우리팀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상위팀들이 본다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아드레날린이 있다. 탈꼴찌하면 7위를 잡고, 또 6위까지 잡겠다는 의지로 의기투합하고 있다. 나 역시 팀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든 던질 준비가 되어있다"고 굳게 말했다. 안영명의 끝 모를 헌신은 2014년 한화를 상징하는 투혼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