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극복하고 한 단계 진화했다. 한화 에이스 이태양(24)이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진화의 비결에는 바로 커브의 적극 활용이 있었다.
이태양은 지난 27일 대전 NC전에서 6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9탈삼진 2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시즌 7승(8패)째를 따냈다. 지난 11일 잠실 LG전부터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하며 7월의 부진을 떨쳐냈다. 이 기간 동안 4일 휴식 후 등판이 두 번 있었지만 이태양에게는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NC전에서 프로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9탈삼진으로 위력을 떨쳤다. 총 투구수 114개 중 71개가 직구였는데 최고 148km, 최저 139km로 빨랐다. 탈삼진 9개 중 6개의 결정구가 직구일 정도로 공격적 투구가 돋보였다. 5~6월 한창 좋을 때처럼 볼끝이 살아 들어왔다. 한 고비를 넘어선 모습이다.

이태양은 "직구 힘이 살아나 공격적으로 승부했다. 여름이 지나 날이 선선해지면서 체력적으로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구만으로는 이날 호투를 설명할 수 없다. 새롭게 장착한 커브를 주무기 포크볼보다 더 많이 던진 것도 변화의 포인트로 포크볼(10개)보다도 커브(16개)를 더 많이 던졌다. 최고 120km에서 최저 112km 커브를 적절히 구사했다.
이태양은 "커브를 연습할 때부터 많이 던지고 있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습 때 뿐만 아니라 실전 경기에서도 많이 던진다. 원래는 많아야 커브를 3~4개 정도 던졌는데 요즘은 그보다 많아졌다. 스트라이크가 되든 볼이 되든 실전에서 던질수록 손에 익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우완 정통파에서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직구를 주로 던지며 낙차 크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한다. 거의 직구-포크볼 위주의 투수였는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느린 공이 필요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태양이는 힘으로 승부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투구수가 많을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커브를 비롯해 느린 공 장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었다.
이태양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습득하며 커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NC전에서도 4회 100타점 타자 에릭 테임즈에게 118km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을 만큼 담대했다. 그러나 5회에는 지석훈에게 던진 115km 커브가 가운데 높은 실투가 돼 홈런을 맞기도 했다. 스스로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안일하게 커브를 던지다 홈런을 맞은 게 아쉽다"고 인정했는데 이 역시 커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완급조절을 깨우친 이태양은 퀄리티 스타트도 12경기로 KIA 양현종(13경기)에 이어 SK 김광현과 함께 토종 투수 중에서 2위에 올라있다. 그는 "매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커브를 장착하며 한 단계 진화한 이태양이라면 토종 최다 퀄리티 스타트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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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