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측이 KBS 2TV의 드라마 '왕의 얼굴' 관련 공식입장에 대해 "사건의 본질은 KBS미디어와 주피터필름이 드라마 '관상'의 공동제작을 추진하던 중 협상이 결렬되어 백지화되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관상' 측은 28일 공식자료를 통해 "지난 7월 KBS 조대현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의 공정성 시비를 끝낸다고 밝혔음에도 그 취임 일성이 사라지기도 전에 공영방송 KBS는 표절된 드라마 '왕의 얼굴'로 부정경쟁행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KBS의 ‘공정’과 ‘프로그램 혁신’의 의지가 진정한 것이라 믿기 때문에 공영방송 KBS는 이러한 표절과 부정경쟁행위를 중단하고 '관상' 죽이기를 즉각 멈추길 간절히 호소한다"라고 밝혔다.
거대한 자본 없이 창의적인 콘텐츠 자체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작은 제작사가 거대한 공영방송 KBS를 상대로 드라마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까지는,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 이상의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상'은 회사의 명운이 걸린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득불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전했다.
주피터필름 측은 "KBS가 드라마 '왕의 얼굴'의 제작을 강행한다면 '관상'의 드라마 제작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이는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라며 "실제로 '관상' 측은 MBC와 드라마 제작 및 방송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최근 KBS의 '왕의 얼굴' 편성 확정 보도가 나간 이후 MBC와의 드라마 제작 협상은 모두 보류된 상태이다"라고 전했다.
"영화 '관상'을 사랑했던 900만명의 관객과 소설 '관상'의 2만명의 독자 역시, KBS가 '관상'의 부가가치에 편승해 드라마 '왕의 얼굴'을 만들고자 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결국 '관상'이 이룩한 모든 부가가치를 KBS가 선점하여 빼앗는 것이다. 영화 '관상'을 관람하였거나 '소설 관상'을 읽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것을 KBS만 모를 리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런데 KBS는 가처분신청 당일 준비했다는 듯이 '인물과 시대배경 등이 달라 다른 작품이다', '관상이라는 소재에 대해 왜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는가'라며 자신들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KBS의 주장은 본질을 감추려는 악의적 반문이 아닐 수 없다"라며 "우리는 동양에서 발전되어온 ‘관상’이라는 소재 자체를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왕의 얼굴'이 골상(骨相)∙수상(手相)∙흉상(胸相)∙족상(足相) 등 다양한 관상 중 굳이 얼굴상을 채택하고, 이를 동물상에 빗댄 것부터 '관상'의 주요 소재, 인물들의 캐릭터, 플롯과 갈등구조를 그대로 모방(표절)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라며 '왕의 얼굴'과 '관상'의 유사성을 짚었다.
더불어 "KBS는 또 '왕의 얼굴'에는 ‘왕의 얼굴을 갖지 않은 자가 왕이 되면, 국가에 환란이 몰아친다’는 예언이 담긴 비급서가 등장하고, 이 서책을 매개로 벌어지는 선조와 광해 시대의 사건들과 남녀 주인공의 멜로가 주요 스토리여서 '관상'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저작물에 다른 이야기를 추가하고 멜로가 좀 더 들어간다고 하여 표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시대, 배경 등 많은 것이 달랐던 '여우와 솜사탕'도 표절로 인정됐던 사례를 들었다.
표절(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두 저작물의 유사성이지 차이점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주피터필름은 또 "이 사건에서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설립된 공영방송 KBS가 자회사인 KBS미디어와 주피터필름이 드라마 '관상'의 공동제작을 추진하던 중 협상이 결렬되어 백지화되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권리자인 주피터필름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부정경쟁행위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라며 KBS가 보도자료를 통해 2012년 KBS미디어 관계자가 주피터필름의 관계자와 '관상'의 드라마화 논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점을 짚었다.
"'관상' 측과 드라마화 논의를 했던 당사자들이 지금 그대로 '왕의 얼굴'의 기획(정해룡CP), 극본(이향희작가), 제작(KBS미디어)을 맡고 있다. 방송이나 드라마에 있어 기획은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기획자는 방송과 드라마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2012년 '관상'의 드라마화를 위하여 협의하는 과정에서 바로 정해룡 CP가 기획자 역할을 했다. '관상'의 드라마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정해룡 CP는 이향희 작가 섭외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렇게 '관상'의 드라마화를 기획하고자 주피터필름 측과 논의하던 정해룡CP가 지금 2014년 현재 드라마 '왕의 얼굴' 기획자이다. 그리고 드라마 '왕의 얼굴'의 기획안을 보면, 이 기획의 핵심은 ‘관상’이다 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렇게 드라마 '왕의 얼굴'은 '관상'으로부터 시작되어 결국 '관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기획자의 머릿속에 처음부터 '관상'이 기획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구체적 근거를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표절과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공정’을 회복하고 ‘프로그램을 혁신’하고자 하는 공영방송 KBS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공영방송인 KBS가 정말로 '왕의 얼굴'을 진행하고 싶다면,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고 난 후 제작 및 방송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주피터필름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강호는 '왕의 얼굴'을 편성한 KBS와 제작사인 KBS미디어를 상대로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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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