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박유천, ‘연기돌’ 벗은 영화배우의 탄생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28 14: 07

 박유천의 영리한 선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미 다섯 편의 드라마(‘성균관 스캔들’, ‘미스 리플리’,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 ‘쓰리데이즈’) 주연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한 그였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기 죽지 않고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 우려를 자아냈던 게 사실. 그러나 박유천은 첫 스크린 데뷔작 ‘해무’(심성보 감독)에서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거듭났다.
‘해무’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해무 속 한 어선 ‘전진호’의 선원들이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유천은 밀항자들 속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 분)에게 첫눈에 반한 후 그에게 모든 것을 거는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았다.
‘해무’에서 갑판장 호영 역을 맡은 김상호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해무'에서는 그 누구도 연기를 하고 있지 않는다. 그냥 다 그 사람들인 거다.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연습을 하고 합을 맞추기 보다는 저절로 시간이 쌓였다”며 배우들의 뛰어난 호흡을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김상호 자신을 포함한 김윤석, 문성근, 이희준, 박유천 등 ‘해무’의 배우들은 누구하나 튀는 사람 없이 영화 속 배역 그 자신이 돼 연기했고 그 결과 묵직하고도 처절한 드라마가 완성됐다.

그리고 여기서 박유천의 대범함과 재능이 돋보인다. 그는 연극계와 영화계 뼈가 굵은 선배들 사이에서 과하거나 부족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배역을 소화했다. 상대배우들과의 호흡을 이해하고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박유천은 선배들에 비해 부족한 연기 경험에도 자신의 몫을 오롯이 해내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은 인기 스타 박유천보다 동식에 몰입해 깊은 여운을 느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 스크린 속에서만큼은 아이돌 가수 박유천이 사라지고 순수한 막내 동수만이 살아 움직인다. 이것만으로도 칭찬해줄만한 일이다.
더불어 인간의 다양하고도 원초적인 욕망이 부딪히는 ‘해무’ 속에서 동식과 홍매의 순수한 사랑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박유천은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변해가는 한 순박한 총각의 모습을 감성적이고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유천은 엄청난 ‘노력파’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신의 역할에 감정을 이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 배역을 온 몸으로 흡수하는 스타일이라는 전언. 실제 박유천은 동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고, 사투리 연기에도 많은 신경을 써 능수능란한 사투리를 선보였다. 그런 노력은 캐릭터 속에 그대로 녹아 영화 속 이야기의 한 축을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런 노력은 함께 했던 선배들의 눈에도 띄었다. 김윤석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유천은 흡수가 빠르다. 적응도 빨랐다. 그래서 잘한 것이다"라고 그를 칭찬했으며 김상호와 유승목 역시 “그 친구는 벌써 연기할 때 힘을 빼는 방법을 알았더라. 연극할 때 보통 그런다. 힘 빼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무술 할 때도 그렇다. 그런데 (박유천은) 그걸 벌써 한다. 아주 영리한 배우다”, “정말 ‘스타 맞아?’ 이랬다. 대단하다. '어떻게 저러지?' 계속 그랬다. 윤석 형님도 유천이를 극찬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티를 안낸다. 본인이 원래 인품이 된 것 같다. 몸이 꽁꽁 얼었는데도 힘든 내색 한 번을 안하더라. 손난로도 없이 맨발이 꽁꽁 얼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 있는데, 솔직히 나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한 바 있다.
박유천은 한 편 한 편 새 작품을 찍을때마다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기돌'이란 꼬리표를 떼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배우로서 자라왔다. '해무'로 배우 커리어에 의미있는 방점을 찍은 그가 영화배우로 또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해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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