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와이번스’였다. 적어도 이 한 경기는 그랬다. 최정(27, SK)이 공수 양면에서의 맹활약으로 팀에 연승을 안겼다.
SK는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기고 2연승을 기록했다. 4연승을 기록하고 있던 LG를 막아선 경기라 나름대로 의미는 컸다. 여기에 4위 LG와의 승차도 3경기로 줄이며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이런 승리의 주역은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선발 김광현, 그리고 동점 솔로포와 빼어난 수비력을 선보인 최정이었다.
김광현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면 최정은 그런 김광현의 최대 조력자였다. 1회 첫 타석부터 불을 뿜었다. 후반기 들어 4할을 넘나드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최정은 0-1로 뒤진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장진용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을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1회 다소 흔들렸던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귀중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자신의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결정짓는 한 방이기도 했다.

그런 최정은 수비에서도 김광현의 조력자이자 SK 내야의 보루였다. 무려 3개의 호수비를 기록했다. 첫 번째는 1회 2사 1,2루였다. 이미 1점을 실점한 김광현은 채은성에게 3루수 방면의 날카로운 타구를 맞았다. 그러나 최정은 이를 잘 잡아내 2루로 송구, 이닝을 마쳤다. 최정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좌익수 방면으로 빠져나갈 적시타성 타구였다. 김광현의 실점 하나를 줄여준 셈이다.
4회에는 또 한 번 채은성의 타구를 잡아냈다. 역시 날카로운 직선타였으나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최정이 이를 직접 잡아내 안타를 막아냈다. 8회 1사 1루에서도 좋은 수비가 나왔다. 역시 정성훈의 3루수 방면 강한 타구를 노련한 핸들링을 잡아내며 병살 플레이로 연결시켰다. 최정이 완벽하게 경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최정은 올 시즌 초반 공·수 모두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허리가 좋지 않은 탓이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리그 최고 3루수’답지 않은 모습이 자주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타격이 살아남과 동시에 수비에서도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최정이 살면 SK가 산다. ‘최정 와이번스’가 분명 나쁜 뜻만의 별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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