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도 뉴스고, 깨지 못해도 뉴스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삼성에 유독 강한 더스틴 니퍼트(33, 두산 베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우리가 이기면 드디어 (니퍼트를) 넘었다고 할 것이고, 아니면 못 넘는 산이라고 할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류 감독의 말은 맞았다. 니퍼트는 이번에도 넘지 못할 산이었다. 니퍼트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6-5 승리 속에 니퍼트는 시즌 11승(7패)째를 거뒀다.

에이스의 등판에 야수들의 도움도 따랐다. 유격수 김재호는 니퍼트가 3회초 1사 2, 3루 위기에 빠졌을 때 신속한 판단으로 실점을 막았다. 박한이가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땅볼을 보내자 김재호는 3루 주자의 위치를 보고 지체 없이 홈으로 던졌고, 양의지가 3루 베이스 부근에서 이지영을 태그아웃 처리했다. 2사에 나온 채태인도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아 니퍼트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같은 위기였던 5회초에도 니퍼트의 피칭은 빛을 발했다. 다시 1사 2, 3루 위기가 찾아왔지만, 니퍼트는 박한이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좌타자 몸쪽 낮은 코스로 말려들어가는 슬라이더로 박한이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추가한 니퍼트는 후속타자 채태인의 방망이를 부러뜨리며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6회초에는 1사에 외야 우측으로 흐른 이승엽의 2루타와 2사에 나온 박해민의 우전 적시타에 유일한 실점을 했다. 그러나 6회까지 104개의 공으로 역투를 펼친 니퍼트는 큰 이변 없이 퀄리티 스타트(QS)를 완성했고, 불펜이 리드를 지켜 승리를 얻어냈다.
이로써 니퍼트는 프로야구 역사에 또 하나의 자취를 남겼다. 두산에서 통산 49번째 승리를 이룬 에이스 니퍼트는 팀 선배인 맷 랜들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며 세운 한 팀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아직까지 한 팀에서 50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는 없다. 니퍼트는 어떤 선수도 이루지 못한 최초의 기록에 도전한다. 3년째 넥센 히어로즈에 몸담으며 통산 40승을 올리고 있는 앤디 밴헤켄을 제외하면 당분간 이 기록에 도전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니퍼트가 한국에 온 뒤 프로야구는 매년 삼성의 우승으로 끝났다. 니퍼트가 생각하는 프로야구 최강팀도 삼성이다. 하지만 그런 삼성도 니퍼트만 만나면 작아진다. 이날 승리로 니퍼트는 삼성전 통산 18경기에서 13승 1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삼성 상대 평균자책점도 2.42에서 2.37로 낮췄다. 이전 등판에서 123구를 던진 여파도 남아있지 않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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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