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던대로만 하겠다".
넥센 '거포 유격수' 강정호(27)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선수다. 성적이 말해준다. 29일 현재 105경기 타율 3할5푼5리 132안타 37홈런 103타점 96득점. 역대 유격수 최다 홈런-타점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는 홈런 2위와 타점 1위에 랭크돼 있다. 장타율(.750)도 시즌 1위는 물론 역대 모든 시즌을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워낙 화려한 성적이니 눈에 띄는 타이틀 경쟁이 몇 개 걸려있다. 홈런에서는 팀 동료 박병호(40개)에 3개차로 붙었고, 타점에서는 NC 에릭 테임즈(102타점)을 제치고 단독 1위에 등극했다. 장타율 1위를 사실상 확보한 가운데 홈런 또는 타점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시즌 MVP 수상도 노려봄직하다. 유격수로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그는 "타점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넥센이라는 팀을 위해 올리는 것이다. 내 개인에게만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점이 따라오고 있다"며 1982년 MBC 백인천(.740)을 넘어 역대 최고 장타율 신기록 도전에 대해서도 "하면 하는 것이지, 굳이 하려고 해서 무리하면 좋을 게 없다.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고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3~4월(.317·4홈런·17타점) 5월(.310·9홈런·23타점) 6월(.361·9홈런·23타점) 7월(.418·7홈런·20타점)에 이어 8월(.406·8홈런·20타점)까지 이렇다 할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활약 중이다. 29홈런에서 30홈런으로 넘어갈 때에도 4경기밖에 걸리지 않았고, 99타점에서 100타점에 도달하는 데에는 3경기 뿐이었다. 아홉수조차 거의 없었다.
워낙 압도적인 타격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보니 상대팀에서도 철저하게 견제가 온다. 8월 19경기 볼넷이 18개로 경기당 하나꼴이다. 7월까지는 86경기 364타석 44볼넷으로 8.3타석당 하나꼴로 볼넷을 얻었지만 8월에는 19경기 85타석 18볼넷으로 4.7타석당 하나꼴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강정호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견제가 있지만 그런 공에는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 상대에게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연일 강정호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집중 관찰하고 있다.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강정호가 8회 쐐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자 미국인 스카우트가 시원하게 생수를 원샷으로 들이키고 경기장을 뜨는 모습에서 나타났듯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강정호에 집중돼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그에게 최근 경기들은 일종의 쇼케이스와 같다. 긴장되거나 부담스러울 법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강정호는 태연한 반응이었다. 그는 "스카우트들이 오고 있는 것을 알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MVP 수상 욕심에 대해서도 "글쎄, 난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남은 시즌도 하던대로만 하겠다"고 답했다. 지금 모습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MVP는 강정호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록과 스포트라이트에도 흔들림이 없다. 유격수로 믿기지 않는 성적 만큼 강정호는 대단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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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