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제 자리로 돌아왔다".
한화 내야수 송광민(31)의 8월이 뜨겁다 못해 화산처럼 분출하고 있다. 8월 16경기에 65타수 26안타 타율 4할 1홈런 16타점으로 무섭게 터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볼넷 5개를 골라내 출루율도 4할4푼3리. 새로 옮긴 2번 타순에서 완벽하게 적응했다. 한화 타선의 폭발, 그 중심에 송광민이 있다.
그런데 송광민의 활약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방망이 때문만은 아니다. 수비에서 놀라운 플레이를 수차례 선보이고 있다. 3루에서 총알 같은 타구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건져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3루에 그물망을 쳐놓은 듯하다. 요즘 한화 투수들이 송광민의 수비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송광민의 수비가 더욱 인상적인 건 시즌 초반 유격수로 나와 실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송광민의 결정적 실책이 팀 패배로 직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강석천(47) 한화 수비코치는 "실책은 할 수 있지만 납득이 되는 실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아직도 송광민은 실책 19개로 이 부문 리그 1위인데 8월 16경기에서는 무실책 행진이다.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현역 시절 빙그레-한화 부동의 3루수로 활약한 강석천 코치는 송광민의 활약에 "제 자리를 찾은 것"이라고 요약했다. 초반에는 유격수로 뛰었지만 이를 두고 코칭스태프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유격수 카드는 실패했고, 뒤늦게라도 3루수로 고정하게 된 것이 지금 활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강석천 코치는 "광민이가 처음 입단할 때는 유격수였지만 3루수로 더 어울렸다. 시즌 초반에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자리에서 고생했다. 팀도 힘들고, 개인도 힘든 시간이었다"며 "다시 3루수로 나오며 자신감이 생기고 의욕이 커졌다.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에서 신나게 하니 방망이도 잘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강 코치는 "볼핸들링이 좋아지며 공 빼는 동작이 안정됐다. 이전에는 급한 마음에 볼도 제대로 못 채고 던져 송구 실책도 나왔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며 "다른 팀 코치들도 '요즘 광민이 수비가 왜 이렇게 늘었냐'고 놀라워한다. 훈련 때부터 집중력을 갖고 하니 강한 타구에도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달라진 송광민의 수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7일 대전 NC전에서도 송광민은 4회 이호준의 깊은 타구를 뒤로 물러서 잡은 뒤 여유있게 투바운드 송구로 아웃시켰고, 7회에는 김성욱의 총알 같은 타구를 가제트처럼 왼팔을 뻗어 다이빙캐치했다. 송광민은 "유격수보다 3루가 확실히 편하다. 수비에 있어 여유가 생겼다. 나도 모르게 잡는 타구들이 나온다"며 "수비가 잘 되니 타격도 잘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시즌 초반 거듭된 실책 반복으로 마음고생한 송광민은 "그때 수비코치님께 정말 죄송했다"고 되돌아봤다. 힘겨운 시기 그의 곁에서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강석천 코치는 "요즘 광민이를 보면 표정부터 신나 보인다. 다시 유격수를 하라고 하면 아마도 얼굴이 하얗게 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시련을 극복하고 우뚝 선 제자의 활약, 강 코치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