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강한 1번 타자의 역할을 정성훈(34, LG)이 몸소 보여줬다. 출루는 물론 해결사 몫까지 하며 LG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성훈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1루수 및 1번 타자로 나서 4타수 4안타(2홈런) 1볼넷 5타점 2득점의 원맨쇼를 펼쳤다. 정성훈이 해결사를 자임한 LG는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며 12-2로 대승, 전날 패배(2-4)를 설욕하며 4강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성훈은 7회 한동민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출루, 기동력, 작전수행 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1번 타자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활약이었다. 큰 것 한 방으로 균형을 깼고 또 큰 것 한 방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0-0으로 맞선 3회에는 채병룡을 상대로 좌중간 홈런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 3-0으로 앞선 4회에는 채병룡을 무너뜨리는 3점포를 쏘아 올려 팀에 여유 있는 리드를 선물했다. 리드오프 자리에서 연타석 홈런이 나오는 것은 보기 쉬운 일은 아니다.

1번 타자라는 포지션이 낯선 정성훈이지만 그만의 스타일대로 이 보직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정성훈은 시즌 초반만 해도 3·4·6번 타순을 주로 소화했다. 그러나 후반기부터 1번 타자로 시험대에 섰고 지난 7월 31일 대구 삼성전 이후에는 모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성적은 수준급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은 3할4리, 4홈런, 8타점, 출루율 3할8푼9리, 장타율 4할8푼9리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29일 성적과 만나 더 올라갔다.
장타를 터뜨리면서 출루에도 꾸준히 성공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정성훈은 7월 31일 이후 1번 타자로 20경기에 뛰었는데 이 중 단 한 번도 출루에 성공하지 못한 날은 두 번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9경기에서는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방망이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정성훈은 1번 타자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것 같다.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리드오프’ 정성훈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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