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인생', 매력男女 수두룩…골라보는 맛 '조으다'[종합]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8.30 07: 06

볼거리가 꽉 찬 개성 강한 드라마가 왔다. 대형 스타도, 파격적인 소재도 아니지만 묘한 끌림이 있다. 누구나 겪었음직한 혹은 겪고 있을듯한 현실성 짙은 이야기가 매력적인 남녀 캐릭터들을 통해 펼쳐졌다. tvN의 새 금토드라마 '아홉수소년'(극본 박유미, 연출 유학찬)의 이야기다.
지난 29일 방송된 '아홉수소년' 첫 화는 '아홉수효과'라는 부제로 '아홉수'에 처한 네 남자 강진구(김영광 분), 구광수(오정세 분), 강민구(육성재 분), 강동구(최로운 분)의 고난이 펼쳐졌다.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모든 이야기의 귀결점은 결국 '아홉수'가 선사한 재난이었다. 9세, 19세, 29세, 39세의 남자들은 크고 작은 고난에 아픈 마음에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 과정에서는 그 넷을 둘러싼 주변인물들과 얽히고설킨 이야기로 이야기는 확장됐다. 사건과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이는 훤칠한 키에 환희 웃는 얼굴로 여심을 흔드는 투어리스트 강진구.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그는,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입사동기 세영(경수진 분)을 짝사랑하며 마음앓이 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짝사랑남, 그리고 직장인 3년차들의 심경을 대변할 캐릭터다.
진구가 짝사랑하는 세영도 캐릭터는 독특하다. 아무리 먹어도 도무지 살찌지 않는 44사이즈의 '화성인녀'. 여성스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주변 남자들을 동성 친구처럼 편히 대하는 모습은 분명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실제로 이날 첫방송에서도 발렌타인데이 수제 초콜릿으로 진구가 고백을 결심할 계기를 제공한다.
진구와 세영과 삼각 러브라인 구도를 형성하는 이는 이들과 입사동기인 박재범(김현준 분). 별다른 표정변화도 없는 그는 여자들이 무안할 정도로 무뚝뚝한 리액션으로 일관하는 연애경험 '0'의 모태솔로다. 그런 그가 세영의 집 앞에서 그녀와 입맞추는 모습으로, 절친 진구를 '멘붕'에 빠뜨린다. 연애에 서툴고, 사회생활에 융통성 제로인 이들의 표상.
좀 더 연령대를 낮추면 열혈 고3 유도소년 강민구가 있다. 민구는 유도도 사랑도 '한판승'을 외치는 열혈남이지만, 그에 걸맞는 실력은 아직까지 부재인 의욕남이다. 허세와 자뻑으로 가득찬 민구 캐릭터는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 육성재가 소화한다. 앞서 '응답하라 1994'에서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동생 쑥쑥이로 등장해 이미 대중에게 눈도장을 충분히 찍었다.
극중 민구의 마음을 훔치는 '정발산 엘프녀' 한수아는 걸그룹 에이핑크 리더 박초롱이 맡았다. 첫 회 분량은 민구의 눈앞을 도도하게 지나가는 5초 남짓이었지만, 특별한 '비밀'을 지닌 캐릭터로 소개된 만큼 민구와의 호흡을 기대해봐도 좋은 분위기다.
이밖에도 밴드 쓰레기스트 노출 사고라는 가장 끔찍하고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안겼던 구광수 PD, 그의 10년 전 헤어진 구여친 싱글맘 주다인(유다인 분), 아역배우 강동구와 장백지(이채미 분)-도민준(박하준 분)이 만들어낼 어린이 삼각 러브라인, 미신에 의존하는 진구-민구-동구 세 형제의 엄마 구복자(김미경 분), 진구의 후배 고은(민하 분) 등이 '아홉수소년'을 다채로운 색깔을 칠하며 이끌며 골라보는 맛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이 보여주는 골라보는 맛과 함께 골라듣는 맛도 있다. 이날 '아홉수소년'은 국내외 곡들이 연이어 배경음악으로 등장했고, 이는 단순한 BGM이 아닌 작품의 상황과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의미심장한 가사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인디밴드 스탠딩 에그, 십센치, 피터팬 컴플렉스, 커피소년, 제이레빗 등의 곡들을 드라마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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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소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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