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의 변화, '꽃청춘'은 아저씨도 성장케 했다 [종영]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30 08: 32

가수 윤상은 ‘꽃보다 청춘’ 캐스팅의 화룡점정이었다. 나영석PD가 음악프로그램의 MC를 넘어 ‘감성 변태’ 이미지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던 유희열, 음악 활동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등에 종종 얼굴을 비쳐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적과 함께 여행을 갈 뮤지션으로 윤상을 선택했다는 건 가수 김현철이나 이승환, 성시경이 함께 가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였다.
유희열과 이적은 예상했던 대로 너무나 잘 해냈다. 자연스러운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여행에 적응했고, 의욕이 넘쳤다. ‘유희견’이라는 귀여운 별명이 붙은 유희열은 의외의 ‘상남자’ 기질로 리더십을 발휘해 형과 동생을 이끌었다. 막내 이적은 뛰어난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 형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매력을 뽐냈다. 두 동생에 비해 조금 삐걱거렸던(?) 캐릭터는 윤상이었다.
사전 인터뷰에서 유희열-이적으로부터 “조금 찌질하다”는 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인 윤상은 예상치 못했던 면모들로 ‘꽃보다 청춘’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특히 여행 초반 공용 화장실을 쓰지 못하고, 자신을 배려하는 이적에게 눈치 없는 말을 하는 등의 예민하고 지나치게 꾸밈없는 모습은 뮤지션 윤상을 잘 알지 못하는 10대-20대 시청자들 사이에서 그의 이미지가 자칫 ‘민폐남’으로 굳어질 위기를 몰고 오기도 했다.

그러나 페루 편의 마지막 회까지 방송되고 난 지금,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준 캐릭터가 윤상이라는 데 반대를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윤상은 지난 29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정말 그 말이 맞단 것을 확인했다. 확인하는 방법은 '움직여라'다”라며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바를 전했다. 이어 “청춘은 용기다. 나이는 숫자고, 난 젊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얻었다”라고 변화된 마음을 내비치는 이 아저씨의 모습은 ‘꽃보다 청춘’의 여행이 평범한 여행으로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 만든 이들 뿐 아니라 보던 이들에게도 보람을 안겨줬다.
화장실 문제 뿐 아니라 고산지대에서는 심한 고산병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예민했던 윤상은 유희열-이적, 두 동생들의 격려로 이번 여행을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늘 “하지 않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그는 그럼에도 “해야 한다”, “하자”는 ‘상남자’ 유희열의 말을 듣고 단번에 마음을 바꾸며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때로는 상대방과 함께 하기 위해 내가 원하지 않은 것들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풀어가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 윤상이 동생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처했던 상황이 이런 것이었을 거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은 것들을 선택하는 경험이 성장을 가져온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동생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택한 윤상은 그 과정에서 잊고 살았던 중요한 사실을 다시 기억하게 됐다. 여행 도중 제작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즐거울 마음을 먹고 즐겁기 위해서 뭔가 행동을 해야만 즐거워지는 구나를 자꾸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다. 귀찮다는 것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정말 좋은 기회다. 재밌다. 솔직히 재밌다”라고 변화된 생각을 전한 바 있다.
또 윤상이 이 여행을 해 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매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그가 되뇌었던 말은 "아빠가 해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였다. 그는 아름다운 페루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늘 가족을 생각했고,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천재 뮤지션이기 이전에 아빠로서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순간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사랑이 변화와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상의 변화는 '꽃보다 청춘'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여행의 의미를 또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날이 갈수록 여행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꽃보다' 시리즈가 남은 20대 청춘들의 여행기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꽃보다 청춘'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