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무슨.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것이다".
한화 외야수 김경언(32). 외형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일본인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다. 같은 왼손 외야수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등번호도 51번으로 같다. 개성 있는 타격폼에서 나오는 타고난 컨택 능력도 닮았다. 그래서 올해 김경언을 두고 부르는 애칭 중 하나가 바로 '한화의 이치로'.
김경언이 2014년을 이치로 부럽지 않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1년 해태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이렇게 뜨겁고 화려한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다. 2010년 한화로의 트레이드 이후 5년 만에 믿기지 않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이제와 보니 2010년 KIA와 3대3 트레이드 주인공은 김경언이었다.

경남상고 시절부터 타격 재능을 인정받은 김경언은 프로 데뷔 14년 만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규정타석이 60개 모자라지만 올해 66경기 타율 3할2푼9리 73안타 5홈런 42타점 34득점으로 맹활약이다. 삼진(26개)보다 많은 볼넷(32개)은 덤. 어느덧 한화 3번타자로 자리 잡아 중심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떠올랐다. 정석에서 벗어난 타격폼에도 안타를 정말 잘 때려낸다.
김경언은 "장종훈 타격코치님께서 '네 스타일 대로 하라'고 하셨다. 굳이 뭔가를 고치려하기 보다 내 스타일대로 컨택 위주의 타격을 하고 있다"라며 "다른 것 없다. 어떻게 해서든 죽지 않으려고 한다. 뒤에 (김)태균이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살아나가려는 타격을 한다. 쉽게 죽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타석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허리가 빠지는 폼으로도 기막히게 파울로 커트하며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데 일가견 있다. '생산적 아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타자가 바로 김경언이다. 김응룡 감독도 "김경언이 3번 타순에 들어온 이후 득점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공로를 인정했다.
이처럼 김경언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둘째 아들을 얻어 부양해야 할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 있다. 그는 "아들이 둘이나 됐으니 책임감이 커졌다. 기저귀 하나 더 벌고, 장난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아버지의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최근 18타수 연속 무안타로 잠깐 침묵했지만 29일 대전 넥센전에서 8회 조상우 상대로 짜릿한 동점 스리런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활약으로 부활했다. 그는 "방망이가 안 맞아 감독님과 팀에 미안했다. 잘 맞을 때 비디오를 보며 집에서도 스윙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이 대단하다.
김경언에게 '올해 정말 행복하지 않나'고 물었다. 하지만 김경언에게는 행복도 사치였다. "행복은 무슨… 안 죽으려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의 눈빛과 표정은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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