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찾은 개그맨들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 가운데, 다양한 소재의 개그가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부산에 자리 잡은 개그맨들의 공연은 시원하게 웃어보고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 기대 이상의 웃음 폭탄을 안기며 늦더위를 날리고 있다.
특히 KBS 2TV '개그콘서트', MBC '코미디의 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 '코미디 빅리그' 등의 방송을 통해서는 볼 수 없던, 그 어떤 제약도 없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펼쳐지는 개그맨들의 비장의 무기는 저마다의 매력으로 아찔한 웃음을 선사 중이다.
# 김원효-이광섭이 짠해, '웃픈' 정극 '대박포차'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항상 큰 웃음을 담당하던 김원효와 이광섭은 웃음은 기본, 인생의 짠맛과 단맛이 모두 어우러진 100분짜리 정극을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에서 김원효와 이광섭은 각각 돈과 사랑을 좇는 외로운 청춘을 연기하면서 방송에서는 볼 수 없던 긴 호흡을 이어가 시선을 끈다. 특히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진한 우정과 서민들의 취업 고민, 어깨가 무거운 가장, 폐지 줍는 할머니의 삶의 지혜 등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여 있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긴다.
또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데는 누구보다 전문가인 김원효와 이광섭은 공연 안에 자연스럽게 이벤트를 녹여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또한 김원효의 아내이자 개그우먼인 심진화는 물오른 입담으로 애드리브를 폭발시켜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한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매주 고품격 웃음을 선사하던 개그맨들의 진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김원효 이광섭 송준근 홍순목 김진만 이주희 심진화 출연. 신세계 센텀시티점 문화홀.
# 말 안 통해도 괜찮아, 부산 웃긴 몸개그 '옹알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말없이 웃겨 더 폭발력 있는 몸개그의 진수, 옹알스가 부산을 찾았다. 멜버른 국제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옹알스 팀은 이번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도 다양한 외국팀을 초대하는데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들의 공연에는 외국인 관객도 여럿 객석에 자리해 함께 호흡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먼저 인정받은 옹알스 팀의 저력은 70분 동안 계속되며 웃음을 안긴다.
이들이 장난감 상자에서 꺼내는 인형, 풍선, 고무공, 종 등 모든 물건은 관객의 배꼽을 저격하는 무기가 된다. 색색의 내복을 입고, 뽀로로 가방을 맨 이들은 모두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로, 이들은 장난감을 서로 갖겠다고 티격태격하지만, 곧 고품격 비트박스로 관객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무서운 내공을 발휘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지점을 정확히 아는 이들의 노련한 공연 스타일은 온 객석을 들썩이게 한다.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 김국진 출연. 신세계 센텀시티점 문화홀.
# 이보다 더 속 시원할 순 없다 '변기수의 뉴욕쇼'
욕쟁이 할아버지로 분한 변기수의 속사포 욕이 화수분처럼 뿜어져 나오며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름난 맛집의 욕쟁이 할아버지인 변기수는 자신을 인터뷰하는 리포터의 질문에 숨도 쉬지 않고 욕을 쏟아내며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한다. 변기수의 욕과 함께 19금 개그도 큰 웃음을 선사한다. 소개팅에 나선 남녀의 속마음을 음흉하고 발칙하게 들여다보는 신개념 '두근두근'이 좌중을 폭소케 한다. 또한 변기수의 자기 비하 개그도 일품이다. 그는 이번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해운대가 아닌, 경성대 쪽에 위치한 공연장을 배정받은 것에 대한 불만을 집행위원장인 김준호를 향한 욕설로 풀어내며 눈물 나게 웃긴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변기수가 웃음으로 승화시킨 불만이 실제 관객에게 불편함을 안긴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열악한 시설의 공연장은 관객의 집중도를 심히 떨어뜨려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객석 중간에 나 있는 공연장의 출입구로는 출입을 통제해야 할 공연 스태프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바쁘게 이어지며 공연에 집중하려 애쓰는 관객들의 흐름을 뚝뚝 끊어버린다. 변기수 전필구 이용신 이동진 이화랑 박세미 출연. 대연동 레블.
한편, 제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은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총 나흘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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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