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인간의 조건' 역사 바로 알기, 공익예능의 진수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8.31 07: 06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조건’이 보여준 미래는 꽤 밝다. 그들이 한 데 모여 우리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은 ‘백년의 유산 찾기’ 첫 번째 이야기로 꾸며졌다. 김준호, 조우종, 정태호, 김준현, 개코, 김기리 등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5일간의 체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 음식과 의복의 변천사를 공부하고,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그 뜻을 기렸다. 
선조들의 의식주를 공부하는 가운데 재미있는 사실들도 있었다. 정태호와 개코는 의식주 가운데 식(食)을 맡아 100년 전 음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옛날 잡채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 100년 전에도 인공조미료가 존재했다는 점에 두 사람은 놀랐다. 의(衣)를 알아보기 위해 나선 조우종과 김준현은 일제강점기 일부 여성들의 저고리가 매우 짧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전통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태호 김기리 개코는 100년 전 방식에 따라 저녁 식사 준비에 돌입했다. 불 피우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세 사람이 힘을 합쳐 화로에 불을 붙였지만 좀처럼 타오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제작진은 “전기밥솥을 이용하라”고 말했고, 이에 개코는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오랜 노력 끝에 가마솥 밥은 결국 성공했다.
이날 '인간의 조건'의 메시지는 서대문 형무소를 찾은 김준호와 김준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묵념으로 견학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경건한 자세로 학예사의 설명에 집중했고, 직접 체험을 해보기도 했다. 초반에는 을사조약과 을미사변을 헷갈려 하던 김준호였지만, 어느새 을사늑약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연히 만난 학생들과의 대화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는 학생들은 “청소년들도 좀 더 위안부나 일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을 끊거나 줄여라”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아이들의 의젓한 모습에 김준호와 김준현은 감탄했다. 
이날 방송은 예능프로그램의 재미를 이어가며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켰다. “그동안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것에 죄송하다”는 김기리나 “어떻게 국사가 암기과목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김준현 등 역사를 알아가는 멤버들의 얼굴엔 진심이 묻어났다. 또한 ‘인간의 조건’이 시청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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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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