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인영이 대중에게 동화 같은 감성으로 기억되는 ‘마법의 성’을 섹시하게 바꿔 버렸다. 무리수가 아니라 ‘신의 한수’였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마법의 성’을 항상 같은 감성으로 부르라는 법은 없었다. 역시 퍼포먼스의 여왕다운 무대였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가 ‘밀리언셀러 특집’으로 역대가요 중 앨범 판매 백만 장 이상을 기록한 곡들로 꾸며진 가운데 서인영은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선곡해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1년 2개월 만에 ‘불후의 명곡’에 돌아온 서인영은 우승하려고 작정한 듯한 모습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무대의상을 꽁꽁 싸매고 있었던 서인영은 파격적인 의상으로 등장했다. 깃털로 장식하고 과감한 노출이 돋보이는 화이트 의상으로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서인영은 그랜드 피아노 위로 올라가 화려한 무대를 예고했다.

무대에 앞서 “돈을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을 무대를 준비했다”고 밝힌 서인영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초호화 무대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서인영은 ‘마법의 성’을 뮤지컬 버전으로 편곡했다. 피아노 위에서 무대를 시작한 서인영은 노래가 흘러나오자 피아노에 누워 두 다리를 올리는 퍼포먼스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선보였던 ‘마법의 성’과는 전혀 다른 무대였다.
무대 중앙으로 이동한 서인영은 특유의 뇌쇄적인 눈빛과 섹시한 동작에 이어 스윙댄스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 봉을 이용한 안무까지 소화,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여기에 서인영의 시원시원한 가창력까지 더해져 무대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이날 서인영 무대 전까지는 김경호의 연승이 예상됐다. 김경호 또한 지난주 무승의 설움을 씻어 내려고 강렬한 무대를 꾸며 403점을 받아 2승까지 했지만 ‘마법의 성’을 섹시하게 바꿔 신선함을 선사, 410점으로 1승을 거머쥐었고 밴드 딕펑스까지 제치며 ‘밀리언셀러 특집’ 1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간 순수하고 동화적인 감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비슷하게 편곡돼 불려왔던 ‘마법의 성’을 파격적으로 바꾼 건 ‘퍼포먼스의 여왕’ 서인영이기에 가능했다. ‘새로움’으로 승부한 서인영. 2부에서도 연승을 이어가며 최종우승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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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불후의 명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