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이 1년간 함께 하며 정들었던 tvN 'SNL코리아'를 떠났다. 눈물 한 방울 없이, 그저 선홍빛 잇몸을 환희 드러낸 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담백한 이별이었다.
지난 30일 방송된 'SNL코리아'는 유희열이 고정 크루로서 참여한 마지막 생방송 녹화였다. 그는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덤덤하게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 속 토크쇼 '피플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을 염려해, 호스트를 배려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나 최소한의 작별인사만 남길 뿐이었다. 그는 코너 끝자락에 겨우 "사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딱 1년이 됐다. 이 귀한 시간에 항상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항상 좋았고 재밌었다"며 "다음에 또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겠다"고 이별을 고했다.

이후 신동엽의 배려로 클로징 무대에서도 인사의 시간이 주어졌다. 신동엽은 유희열을 향해 "마지막 방송을 했다. 1년 가까이 했죠? 우리가 힘들 때 러브콜을 보냈는 데 흔쾌히 응해줘서 우리가 잘 연명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때도 유희열은 객석을 향해 손을 수줍게 흔들며 "아휴 감사하다. 'SNL'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제작진도 'SNL코리아'스럽게 이별인사를 건넸다. 앞서 박지성과 김연아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활용했던 것처럼 '희열이를 부탁해'란 코너를 통해 작별하는 유희열에게 크루들의 이별인사를 위트있게 전달한 것. 유세윤과 김민교는 아쉬움을 토로하다가도 '피플업데이트'가 향후 유세윤에게 넘어오게 된 점을 밝히며 신나하며 자리를 떴고, 안영미는 유희열의 앞에서 민망한 가슴춤을 격렬하게 추며 진지한 멘트로 이별인사를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유희열도 인사하는 서유리를 묘한 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심이 가득 묻어나는 포옹을 한 뒤, 특유의 웃음으로 '감성 변태'임을 새삼 되새겼다. 신동엽은 준비한 편지를 꺼내 '디스'성 짙은 이야기를 읊더니, 리코더를 불며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 것'을 크루들과 합창했다. 음이탈 반복과 엉망인 화음은 결국 유희열의 웃음을 터뜨렸다.
유희열의 하차는 지난해 9월 '위켄드 업데이트' 진행자로 합류 후 1년만이다. 당시 유희열은 최일구 앵커가 떠난 뒤 강용석, 이윤석 등 임시직 체제로 유지되던 '위켄드 업데이트' 진행자로 발탁됐으며, 이후 올해 시작된 5번째 시즌에서는 '피플 업데이트'로 변화된 토크쇼를 단독으로 진행해왔다.
앞서 유희열은 지난 8월 2일 방송된 'SNL코리아' 크루쇼 당시에 '피플 업데이트'에 주인공으로 나서 "상암동 스튜디오에 오는 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많다"며 "몇 번이나 'SNL'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인가' 하는 생각에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는 말로 'SNL코리아'에 대한 자신의 진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같은 고민은 새 앨범 준비와 맞물려 결국 그를 하차로 이끌었다.
이날 유희열의 작별 인사는 요란하지도 않았고, 최루성 눈물을 유발하는 이별도 아니었다. 담백해서 더 슬픈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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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