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본능’ LG, 모래알·도련님 야구 이미지와 이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31 13: 00

LG 트윈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반전에 성공,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는 2013시즌 5월 중순까지 5할 승률 ‘-6’으로 떨어졌으나 5월말부터 폭주를 시작하며 순식간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랐다. 당해 LG는 5할 승률 ‘+20’으로 시즌을 마쳤고,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에 가을잔치 티켓을 차지했다.
아직 2014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나, 올해는 더 놀랍다. 지난 6월 7일 LG는 17승 33패 1무. 5할 승률 ‘-16’을 기록했다. 대부분이 이대로 LG의 올 시즌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일찍이 2015시즌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당시 LG는 4강은커녕 탈꼴찌도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주장 이진영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팀 분위기를 다잡았고, 신예 선수들도 성적에 동요하지 않았다. 이진영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정한 룰은 꼭 지키자’고 강조했었다. 선수들 모두 내가 이야기한 것을 잘 지켜주고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은 마치 주문을 외우듯 “올라간다. 우리는 올라갈 것이다”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파했다.
무리해서 높은 곳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저 매 경기 LG의 경기를 펼치는 데에 집중했다. 수비 실수가 나오면 다음날 일찍 경기장에 나와 수비훈련에 임했다. 타격이 안 되면 홀로 실내 배팅연습장에서 땀을 쏟았다. 그러자 다시 신바람이 불었다. 6월 중순 탈꼴찌에 성공했고, 8월 1일 5위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8월 22일 4위가 됐고, 열흘째 4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30일 잠실 롯데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지금 우리 선수들은 매 경기 매순간에 집중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한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강하다”며 선수들의 자세가 대반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리그 최강 불펜진을 이끄는 투수조 조장 봉중근은 “선수단 전체가 단단히 뭉치고 있다. 불펜투수들의 경우, 안타를 하나라도 맞거나, 앞선 투수의 주자를 묶어주지 못하면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반응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받는 게 아닌, 우리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3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LG는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와 얽혀있었다. 매년 하위권에 자리했고 모래알 조직력·도련님 야구란 비난을 받아왔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부터 문제라는 시선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진영은 이러한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진영은 “솔직히 나도 SK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LG에 오고 나니 모두 근거 없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수들 모두 너무 착하고 너무 성실한 게 차라리 문제였다”며 “물론 당시 선수들의 야구 실력이 많이 부족하긴 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기량의 문제지, 태도와는 관련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성적이 안 좋으면 작은 문제도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10년 동안 LG가 받은 비난도,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LG는 그 누구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철벽 마운드와 타선 응집력을 앞세운 LG와 만나는 게 곧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다른 팀의 입장에서 우리 팀 불펜진과 맞붙는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정말 쉽지 않겠구나’란 느낌이 들더라”며 선수들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LG가 그동안 받았던 비난에 이별을 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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