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32구' 신윤호, 등판이 인간승리였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08.31 19: 03

'돌아온 MVP' 신윤호(SK.39)가 10년만에 선발등판하는 감격을 누렸다.
신윤호는 3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6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성적은 2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 투구수는 32개였다. 3-2로 앞선 3회부터 마운드를 넘기고 물러났다.
만족스러운 성적과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적보다는 등판 자체가 인간승리였다.  지난 2008년 9월 27일 목동 넥센전 이후 2164일 만의 1군 등판이다. 선발투수로는 2004년 10월 32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3619일 만이다.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낯선 1군 마운드.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1회말 선두타자 김주찬을 상대로 4개 연속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박기남을 상대로 던진 초구도 높게 들어갔다. 포수 정상호가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였다.
볼 한개를 더 던지고 7구째 겨우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8구째는 역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볼. 주자 김주찬은 도루에 성공했다. 9구째 던진 변화구도 낮게 떨어지며 2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불렀다. 이어진 클린업트리오를 맞아 무너질 줄 알았지만 오뚜기처럼 일어났다.
3번타자 브렛 필을 3구만에 내야뜬공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나지완에게 던진 2구는 제대로 맞았다. 그러나 강습타구는 신윤호가 무의식적으로 내민 글러브에 빨려들어갔고 1루주자까지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회는 선두 안치홍에게 안타성 타구를 맞았으나 유격수 글러브로 향했다. 방망이 중심에 자꾸 걸리기 시작해 불안감을 드리웠다. 결국 다음타자 김주형에게 135km짜리 직구가 한복판으로 몰리며 좌월 홈런을 얻어맞고 첫 실점했다.
김민우와 이대형, 이성우에게 연속안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고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래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주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렸고 박기남을 3루 땅볼로 유도했다. 베테랑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3회부터는 여건욱에게 바통을 넘기고 등판을 마무리지었다.
비록 짧았지만 신윤호에게는 감격의 등판이었다. LG 시절이었던 2001년 70경기에 나가 15승6패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며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잡혔고 2008년 SK에서 2경기를 던진 후 은퇴했다. 은퇴 후 개인사업, 코치 등을 하다 마운드 복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말 테스트를 거쳐 SK에 입단했다.
묵묵히 2군경기에 나서며 기회를 기다렸고 마침내 콜업을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는 22경기에서 2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가장 직전 등판이었던 8월 23일 LG 2군과의 경기에서는 5⅓이닝 동안 5피안타 1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진 것이 발탁의 이유였다.
경기전 이만수 감독은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만들면 좋겠다. 이긴다면 팀도 윤호도 좋은거 아닌가.  초반 위기를 넘기는 투구와  요령있는 투구를 기대하고 있다. 초반을 잘 버텨 3회까지만 막아으면 좋다. 내일 경기가 없는 만큼 불펜투수들을 차례로 내보낼 것이다"고 바램을 밝혔다.  그 바램을 들어준 6년만의 등판이었다.
이만수 감독도 경기후 "윤호가 초반 무너지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신윤호는 "처음부터 긴장한 탓에 마음대로 잘 안됐다. 초구부터 볼이 잘 들어가지 않아 안풀렸다. 앞으로 1군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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