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서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집중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 말을 조금만 뒤집어보면 곧 결정력이라는 소리가 된다. 힘든 일정 속에서 바닥이 된 체력으로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아쉬운 소리보다 든든한 격려 한 마디를 더 해주고 싶은 '독수리' 최 감독이 2% 아쉬워했을 결정력 문제가 또 한 번 서울의 스플릿 A그룹 진입을 막았다.
서울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4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이날 무승부로 3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하지만 최근 홈 6경기서 5승 1패의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제주전 무패행진을 20경기(12승 8무)로 늘린 것도 수확이다.

하지만 내심 아쉬움이 컸을 최 감독이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초반 부진으로 인해 11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7위로 끌어올린만큼 순풍을 타고 내친김에 스플릿 A그룹의 마지노선인 6위까지 단숨에 올라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 6위 울산 현대가 포항 스틸러스에 1-2로 패했기에 놓친 승점 3점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은 10개의 슈팅 중 4개를 골대 근처로 가져갔다. 그러나 골문 안쪽으로 파고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코너킥(5개)과 프리킥(13개)도 제주보다 근소하게 많이 얻어냈다. 결국,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후반 12분 이상협의 절묘한 슈팅과 경기 종료 직전 몰리나-고요한이 연달아 날린 슈팅이 모두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 내내 일방적으로 제주를 밀어붙이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한 셈이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홈에서 반드시 제주를 잡고, 순위 상승을 노렸지만 마음대로 경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오늘 경기가 아쉽기는 하지만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그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와 FA컵에서 모두 살아남은 유일한 팀인 서울의 혹독한 일정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전반에 너무 소극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그래서 골을 터트리지 못했다"고 이야기한 최 감독은 "후반서 힘들었지만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다. ACL 8강서 포항과 맞대결 후 여파가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 공에 대한 집중력 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스플릿 A그룹의 마지노선, 6위를 바라보는 최 감독의 시선에 담긴 아쉬움이기도 하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 뿐이다. 서울은 여전히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체력 회복이다. 무더위 속에서 혹독한 일정과 싸워야했던 8월은 지났고, 조금씩 '배짱'이 생기기 시작한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몰리나-에스쿠데로-에벨톤으로 이어지는 외인부대는 물론 윤일록, 고요한, 박희성, 이상협, 고광민 등 공격자원들의 골 결정력을 조금만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스플릿 A그룹 진입이 가능하다. 9월, 서울의 본격적인 반란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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