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3점만 생각' 하석주-최강희, 광양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9.01 06: 07

승자와 패자는 나뉘었지만 보는 이들의 눈은 어느 때보다 즐거운 한 편의 영화였다.
지난달 31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스토리부터 화끈했다. 원정을 온 전북 현대를 맞이한 전남 드래곤즈는 4주 전 전주에서 당한 패배를 복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는 분명 전북이 앞섰다. 하지만 전남은 이번 시즌 무승부가 가장 적은 팀답게 적극적인 공세로 전북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결국 선제골을 허용했던 전남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려 2-1 역전승을 거뒀다. 광양축구전용구장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된 순간이었다.
보는 내내 즐거웠다. 어느 한 팀의 일방적인 경기 운영은 없었다. 전반 초반 전북의 강공과 전반 10분 만에 터진 한교원의 선제골에 분위기는 한 쪽으로 쏠리는 듯 했지만, 역시 영화답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열세라고 생각되던 전남의 반격이 전반 중반 이후부터 시작돼 전반 35분에 스테보의 특기 헤딩골이 터지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후반전에는 분위기가 한 쪽으로 쏠리는 일은 없었다. 승부가 원점으로 된 상황에서 전남과 전북 모두 서로 리드를 가져오기 위해 공격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쳤다. 전북의 화려한 공격진에 맞서 전남은 젊은 선수들이 패기로 맞대응하며 열띤 승부가 이어졌다. 게다가 양 팀 골키퍼들의 선방쇼가 계속되면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자연스럽게 뜨거워졌다.
경기의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양 팀 감독들이다. 공격 지향적인 전술로 유명한 최강희 전북 감독은 물론 하석주 전남 감독 또한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실시해 공격진이 더욱 활발해지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에 양 팀 수비진은 상대의 공격을 힘겹게 버텨내며 서로 같은 팀의 공격수들이 득점포를 터트려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수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경기 막판이 되도 양 팀 감독들은 경기 운영을 바꾸지 않았다. 전남은 선두 전북을 맞아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점을 따내는 것을 바랄 수도 있었다. 전북 또한 원정 경기였던 만큼 더 이상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승점 1점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하석주 감독과 최강희 감독의 머릿속에는 승점 3점 외에는 없었다. 전남과 전북 모두 공격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자세로 상대 골문을 향해 지속적으로 돌진했다.
이에 대해 하 감독은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생각이 계속 바뀌었다. 상대 공격 때에는 안도하면서 '지킬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우리 공격 때에는 골이 계속해서 들어갈 것만 같아서 수비에 신경을 쓰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 또한 "홈 경기도 그렇지만 원정 경기도 승패를 가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공격적인 주문을 많이 했다"면서 공격을 멈출 수가 없었음을 설명했다.
양 팀 감독들의 노력 덕분에 무난한 경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 쪽밖에 웃을 수는 없지만 화끈한 결과를 바라던 두 감독들의 바람대로 됐다. 주인공은 전남이었다. 전남은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전현철이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긴 후반 47분 안용우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연결해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최 감독은 "수비수로 선수 교체를 할 수도 있었고 수비라인을 내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욕심이 컸던 것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패배가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포항 스틸러스의 추격 속에서 선두를 지켜야 하는 전북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또한 지금까지 전북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도 적극적인 경기 운영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의 위험 감수는 당연했다. 전북 팬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팬들의 기쁨을 위해 홈에서도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는 최강희 감독에 대해 이해를 잘하고 있는 전북 팬들은 경기 후 전주로 올라가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는 선수들을 격려하며 다음 경기에서의 반전을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sportsher@osen.co.kr
전북 현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