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 A구단과 B 구단은 신고선수 계약을 놓고 논란을 빚었다.
A 구단은 지난달 25일 신인 지명 회의가 끝난 뒤 수도권의 C 대학 감독에게 포수 D선수를 신고선수로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C 대학 감독 또한 "아직까지 연락받은 구단이 없다"고 A 구단의 제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C 대학 감독은 뒤늦게 뛰어든 B 구단의 은밀한(?) 제안에 마음을 바꾸게 됐다.
신인 지명 회의가 끝난 뒤 신고 선수 계약을 할때 대상 선수에게 가장 먼저 제안한 구단이 우선 협상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우선 기회를 얻은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차순위 구단이 협상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껏 관행으로 자리잡은 스카우트 문화였다.

영문도 모르던 D 선수는 B 구단의 입단 제의만 받은 줄 알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D 선수는 크게 후회하고 있다는 후문. 하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A 구단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던 B 구단은 궁색한 변명만 늘어 놓았다.
지난달 28일 OSEN의 '야구계, 신고선수 영입 놓고 잡음 거세다' 보도 이후 B 구단 스카우트팀장과 C 대학 감독은 A 구단을 찾아 사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B 구단 스카우트팀장은 "사장님 보고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약속을 어겼다. C 대학 감독만 A 구단을 찾아와 넋두리를 늘어 놓고 갔다고 한다.
이른바 업계 관행을 무시해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 A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입 과정을 살펴보면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없지 않다. 일반적인 신고선수 영입 및 계약 과정을 살펴보면 구단 스카우트가 고교 또는 대학 감독에게 연락해 영입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감독이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해당 선수에게 구단 측의 신고선수 영입 제안에 대해 통보하지 않거나 학부형 측에 생색을 낼 수도 있다. 감독이 특정 구단 스카우트와의 친분도에 따라 협상 순위 혹은 기회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복수의 구단이 특정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하다보면 타 구단 몰래 계약금을 제시해 선수를 가로채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스카우트든 아마추어 감독이든 원칙을 어긴다고 하더라도 비난의 목소리만 듣는 게 전부다. 한 야구인은 "그렇다고 제재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호 신뢰가 무너져 불신만 가득해진다. 서로 믿고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구단 측의 신고선수 영입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그러다 보니 기량이 떨어져도 신고 선수로 입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다른 지방 모 구단 스카우트 책임자는 수 년 전 미지명 선수의 학부모에게 "내게 현금 1000만원을 주면 신고 선수로 받아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선수의 학부모가 거절하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이 사실은 구단 안팎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어느 조직이든 보이지 않는 룰이 존재한다.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도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룰을 지킨다. 하지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룰을 어기는 경우가 잦아 진다면 두 번 다시 그럴 수 없게끔 확실한 제재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이 슬프지만 선량한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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