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시장을 후끈 달궜던 한국영화 대작 4편의 최종 성적표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일주일 차로 줄줄이 개봉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렸던 100억원대 제작비의 영화들. 지난 해부터 관심을 모았던 빅(BIG)4의 결전. 최종 성적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 군도 : 중(부제를 이름처럼만 살렸으면)

'군도'는 조선 철종 13년,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뒤집는 의적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실제로 철종 시대는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해 백성들의 생활이 도탄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민란이 일어나게 됐고, 오늘날 농민 항쟁이라고 불리는 역사전 사건이 탄생하기도 했다.
7월 23일 개봉해 총 477만 1452(영진위 KOBIS 통계)명의 관객을 모았다.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당초 쇼박스 등 영화계가 기대한 성적에는 못 미쳤다.
윤종빈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이 묻어났고 배우 강동원의 여심을 흔드는 악역 캐릭터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뒤 이어 일주일 후 개봉한 '명량'에 밀려 뒷심을 내지 못했고, 내용적인 면으로는 부제인 '민란의 시대'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만약 이 민란 부분에 초점이 좀 더 맞춰졌다면 '명량'에 보낸 관객들의 반응이 '군도'에게도 보여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 명량 : 최강(국민은 천행(天幸) 이었다)
백성이 천행(天幸) 이었다는 영화 속 명대사처럼 국민이 천행이었다.
'명량'의 흥행은 놀람을 넘어 '충격'이었다. 말그대로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다. 7월 30일에 개봉해 개봉 한달만인 8월 30일까지 1679만 9520명을 모았다.
'명량'의 국내 배급을 담당한 CJ 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명량'은 개봉 31일째 128,481,090,010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영화계 사상 최고의 매출액 신기록을 기록했다. 줄곧 1위를 지켜오던 '아바타'의 128,447,097,523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로써 '명량'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1000억 수익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를 시작으로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최단 1,100만 돌파(13일), 최단 1,200만 돌파(15일), 최단 1,300만 돌파(17일), 개봉 18일째 '아바타'를 뛰어 넘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 개봉 19일째 1,400만 돌파, 개봉 21일째 1,5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한국영화 사상 최초 1,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명량'의 배경이 되는 명량해전은 조선 선조 30년에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명량에서 왜선(倭船)을 쳐 부순 싸움이다. 12척의 전선(戰船)으로 적 함대 수백척을 맞아 싸워 격파하며 크게 이겼다. 단순한 전기물이 아닌 '해전'에 포커싱을 맞춘 내용, 그리고 이를 보는 사회적 분위기에 천운이 통한 영화였다. 영화 자체적으로는 분분한 평이 있지만, 영화가 2014년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 만큼 통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영화가 이순신의 얘기였고, 그것이 리더십을 요구하는 현 사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그런 지점에서 여러 기사나 의견들에 동의하는 편이다"라며 "그것을 해상전투라는 부분과 함께 잘 버무려서 소통할 수 있었기에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연출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 해적 : 강(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섣부른 판단을 하지말라. 개봉 전 루머를 한 방에 날리고, 말그대로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라는 속담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 이번 여름 대장 중 가장 큰 반전의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해적'은 조선 건국 초기를 배경으로 국새를 삼킨 고래를 쫓는 해적과 산적의 모험을 그렸다. 영화의 스토리는 실제로 조선 건국 초기에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후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근 10년 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다. '국새의 부재'란 사건은 그간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얘기다.
6일 개봉해 30일까지 679만 8939명을 모았다. 심지어 이틀 동안 외화 '인투 더 스톰'에게 넘겨줬던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도 다시 가져왔다. 700만명을 거뜬히 넘고 추석까지 800만에 근접할 숫자가 예상된다.
올 여름 대작사극 중 물과 사극이란 점이 공통됏만 유일하게 남녀 주인공 투톱이 나선 영화였다. 여배우 손예진의 가치가 다시금 주목됐고, 한국 대중에게 통하는 웃음의 코드의 힘을 보여줬다. 그리고 솔직히 이번 여름 극장가에서 다른 편에 최민식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배우 유해진이 있다.
# 해무 : 약(만약 개봉이 다른 시기였다면)
봉준호 감독이 첫 제작을 맡고 영화 '살인의 추억'을 집필한 심성보 감독의 연출 데뷔작. 그래서인지 영화는 처음부터 '수작'의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하지만 영화 내적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가 됐다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광기마저 집어삼킨 처절한 멜로다.
13일 개봉해 30일까지 144만 7976명을 모았다. '해무'의 손익분기점은 300만여명이다. 영화 자체의 힘으로 뒷심을 기대했지만 힘찬 항해를 하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부진 이유로는 타겟층이 애매했다는 분석이 많다. 여름 성수기에 출격,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타 영화들과 차별화가 됐지만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은 '명량', 젊은이들을 넘어 초통령이 된 '해적:바다로 간 산적' 사이를 파고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량'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본 20대 이상 관객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내용을 넘어 소재 자체가 100억원대 대작물로 적합했냐는 회의감도 있고, 환상적인 연기자들의 앙상블에 비해 감정 이입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너무 무거웠다'라는 것이 중론이다. 세월호 등 여러 가지 사건으로 얼룩졌던 최근, 영화를 영화로만 보지 못했던 관객들, 그 뼈저리는 슬픔이 영화적으로 승화되지 못한 느낌이다. 영화 자체적으로는 평작을 넘은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고른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100억원대 대작의 느낌과는 어긋났다. 더불어 CJ나 롯데처럼 극장을 보유하지 못한 NEW의 영화라는 것도 결과론적으로 이유라면 이유 중 하나다.
nyc@osen.co.kr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