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했는데…그래서 제가 무신론자에요."
황재균(27,롯데)에게 지난 달 24일 LG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황재균은 5-3으로 앞서가던 8회 수비에서 결정적인 악송구를 저질러 이닝이 끝날 상황서 주자 2명이 홈을 밟게 했고, 결국 롯데는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만약 그 경기에서 이겼다면 롯데는 4위 LG와 0.5경기 차까지 간격을 좁힐 수 있었지만 그 장면 하나로 격차가 2.5경기로 벌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황재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했지만, 황재균은 자신의 실책 때문에 경기를 날렸다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황재균 야구인생 최악의 날이 조금 지난 뒤 다시 물었더니 "정말 간절하게 (역전을 허용한 뒤)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결국 기적은 안 일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신을 안 믿는다니까요"라고 말했다.

농담으로 당시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나는데 성공했음을 보여 준 황재균이다. 그는 계속해서 "신은 없다"고 한탄했다. 8회초 수비에서 실책을 저질렀던 황재균은 8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섰다. 누가 보더라도 홈런을 표정이었던 황재균, 볼넷을 얻은 뒤에도 1루로 걸어나가기 싫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 만큼 그는 자신의 손으로 만회하기를 바랐지만 경기는 야속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 주, 황재균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6경기 연속안타, 타율 4할6푼4리(28타수 13안타)로 펄펄 날았다. 2루타 3개, 홈런 2개 10타점을 쓸어담을 정도로 영양가도 높았다. 자신의 방망이로 아쉬움을 달랜 황재균이다.
특히 8월 30~31일에 벌어진 LG전은 황재균에게 너무나 중요했다. 자신의 실책을 설욕할 기회였기 때문. 30일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승리는 LG의 몫. 다시 4위 LG와 격차가 4경기로 벌어졌다. 그랬기에 31일 경기는 롯데에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황재균은 말 그대로 '원맨쇼'를 펼쳤다. 3회 2사 1루에서 신정락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리더니 9회에는 정찬헌으로부터 쐐기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하루에 홈런 2개를 친 황재균은 시즌 10,11호 홈런을 한꺼번에 터트리며 2011년 이후 3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채웠다. 또한 하루에 홈런 2개를 친 것은 2011년 6월3일 사직 LG전 이후 무려 1186일 만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황재균은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어제 경기에 져서 분했다"며 운을 뗀 황재균은 "지난 LG전 에러를 계속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번 2경기를 다 잡고 싶었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황재균은 "최근 사직구장이 많이 비어있어 씁쓸했다. 최근 우리가 많이 부진했는데 야구장에 많이 오셔서 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황재균은 승부욕이 대단한 선수다. LG전 실책은 당분간 황재균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황재균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분발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4강 희망을 놓지 않고있는 롯데, 그 중심에는 황재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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