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 "지금 한화는 모든 선수가 주장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01 13: 02

"지금 우리는 모든 선수가 주장이다".
한화의 기세가 대단하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19경기에서 12승7패 승률 6할3푼2리를 기록하며 넥센(14승8패·.636)에 이어 두 번째 좋은 성적을 냈다. 2008년 7월(16승10패·.615) 이후 무려 6년 만에 월간 6할대 승률을 올리는 등 2008년 이후 최고 월간 성적으로 비상했다. 어느덧 8위 KIA에도 0.5경기차로 따라붙으며 탈꼴찌 희망을 키우고 있다.
최근의 한화를 보면 몰라볼 정도로 끈기가 생겼고, 선수단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친 모습이 보인다. 그 중심에 바로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내야수 한상훈(34)이 자리하고 있다. 주장 고동진이 부상으로 지난달 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한상훈이 완장을 차며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한상훈의 진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지난달 25일 광주 KIA전을 들 수 있다. 이날 8회 김태완이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들어왔을 때 선수들이 일부러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고 외면했다. 김태완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에 선수들은 정말 '빵' 터졌다. 김태완도 웃었고, 모두가 함께 배꼽을 잡았다.
전경기에서 역전패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작은 장난을 통해 웃음을 이끌어내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한화는 4승1패로 더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김태완은 "상훈이형이 근우형과 함께 나 몰래 선수들에게 미리 이야기해서 장난을 친 것이다. 분위기가 좋아졌으니 괜찮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한상훈은 이 같은 주장의 역할에 손사래친다. 그는 "난 주장이 아니다. 임시도 아니다. 우리팀 주장은 동진이다. 곧 돌아올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주장이다. 각자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가 말하거나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팀 전체에 있다. 경기를 보면 집중력이 아주 좋아졌다. '하나만 더 하면 되겠는데'라는 의지와 자신감이 강해졌다"며 "작은 것 하나라도 포기하지 않는 끈끈함이 생겼다. 특히 투수들이 안정되니 야수들도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요즘은 코치님들도 '너희들이 잘 해주고 있어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말씀해주신다"고 달라진 팀을 이야기했다.
지난 6월말 오른쪽 발목 부상 이후 한 달 가량 재활을 가졌던 한상훈도 이달 1군 복귀 후 주로 교체출장하고 있지만 나올 때마다 끈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 넥센전에서 3-8로 뒤진 6회 1·2루에서 대타로 나와 헨리 소사와 무려 12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커트 6개와 4개의 볼을 골라낸 놀라운 끈기였다.
비록 6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한상훈의 끈기가 팀 전체에 전염돼 연장 10회 10-9 끝내기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며 팀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타투스코도 구원등판을 자청할 정도. "모든 선수가 주장"이라는 한상훈의 말에서 지금 한화가 왜 잘 나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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