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반격 그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한화가 8월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마운드의 안정과 포수를 중심으로 한 수비 안정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야구는 투수놀음이고, 수비가 뒷받침되면 승산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공격을 무시할 수 없다. 한화가 대반격을 시작한 이유로 타선 폭발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8월 한화 타선은 2번 타순 이동이 대성공한 송광민(.400·2홈런·17타점)을 필두로 펠릭스 피에(.388·4홈런·18타점) 정근우(.359·1홈런·4타점) 김태균(.329·1홈런·9타점) 등의 활약이 있었다. 그에 못지 않게 김태완(31)의 활약도 컸다. 대반격의 시작은 김태완이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하면서 였을지도 모른다.

김태완은 8월에 규정타석에 4개가 모자랐지만 16경기에서 타율 3할6푼 18안타 1홈런 12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지난달 16일 마산 NC전부터 최근 10경기에 타율 3할5푼9리 14안타 1홈런 11타점을 몰아쳤다. 출루율(.419) 장타율(.487) OPS(.906) 모두 6번타자로 정상급 성적을 냈다.
김태완이 선발출장한 최근 10경기에서 한화 타선은 경기당 평균 6.1점을 올리고 있다. 종전 95경기 평균 4.9점보다 1.2점이 증가했다. 타율(.287→.329) 출루율(.362→.426) 장타율(.415→.466) OPS(.777→.892) 등 세부 기록들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 한화는 6승4패를 거두고 선전을 거듭했다.
한화는 올 시즌 지명타자 자리의 대부분을 이용규에게만 맡겼다. 왼쪽 어깨 회전근 봉합수술로 재활이 늦은 이용규는 외야 수비에 나설 수 없어 지명타자로만 뛸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는 이용규가 1번타자로 활약하며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가 타격 슬럼프에 빠지자 지명타자 자리 생산력이 떨어졌다.
원래 지명타자는 장타자를 위한 자리로 김태완은 수년간 정상급 활약을 한 지명타자였다. 하지만 테이블세터 강화와 기동력 상승을 노린 김응룡 감독이 '지명타자 이용규'를 고수해 득점력 대폭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용규가 후반기 타격 슬럼프에 손목 통증까지 겹친 뒤에야 김태완에게도 기회가 왔다.
김태완은 보란듯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마침내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정근우-송광민의 테이블세터에 김경언-김태균-피에의 중심타선 그 뒤를 받치는 '공포의 6번' 김태완의 존재가 득점력 대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이용규가 빠졌지만 김태완이 그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김태완도 "내가 선발로 들어왔다고 해서 특별히 좋아진 건 아니다. 선수들의 타격감각이 전체적으로 좋을 때 내가 운 좋게 끼어든 것"이라며 겸손해 한 뒤 자신의 타격에 대해서도 "원래부터 감은 좋았다.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항상 준비돼 있었다. 출장 여부와 관계없이 내 것을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한화에서 김태완은 빠져서는 안 될 절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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