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두산 베어스의 불펜을 지탱한 것은 오현택(29)이었다. 추격조이자 필승조로 팀이 앞서는 때나 뒤지는 상황이나 꾸준히 등판하고 있는 오현택은 8월 11경기에서 14⅓이닝을 던지며 단 2점만 내줘 평균자책점 1.26을 찍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4.46으로 부진했으나 8월의 쾌투로 시즌 평균자책점도 3.70까지 끌어내렸다.
오현택이 8월 들어 좋은 투구를 보이게 된 것은 집중력의 변화가 컸다. “특별하게 달라졌단 생각은 없다. 던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좋아진 것 같다. 다만 주자가 있을 때 승계주자 실점이 많은 것 같아 더 집중하려는 것은 있다”며 오현택은 호투 비결에 대해 언급했다.
경기에서 보이는 모습을 통해 보면 슬라이더가 지난해와 같은 날카로움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오현택은 “시즌 중에 슬라이더가 안 좋아서 계속 고민이었다. 캠프에서 체인지업을 연마하다가 안 좋아서 슬라이더에 더 신경을 써서 연습하다 보니까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현택은 기본적으로 140km대 초중반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과 우타자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 조합으로 타자와 승부한다. 리그 정상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있어 우타자와의 승부에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유형이다. 올해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300)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58)보다 높지만, 좌타자를 만났을 때에 비해 우타자를 상대하면 장타와 볼넷 허용이 크게 줄어드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사이드암 투수들은 좌타자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체인지업을 익히는 일이 많다. 오현택의 경우 아직 체인지업이 완전하지는 않다. 오현택은 “지금도 체인지업을 던지기는 하지만, 슬라이더가 주무기이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캐치볼이나 불펜 피칭을 할 때도 슬라이더 위주로 하려고 한다”는 말로 장점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되찾은 슬라이더의 위력을 앞세워 오현택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두산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몫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 73⅓이닝을 던지며 5승 3패 5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70으로 전천후 활약을 한 오현택은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현재까지 58⅓이닝을 소화해 2년 연속 70이닝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지만, 팀의 연승에 힘들다는 생각도 사라진다. 오현택은 “별로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여름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찬바람도 불고 무엇보다 팀이 연승을 해서 분위기가 좋아서 힘들다는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오현택의 말대로 이제 찬바람도 분다. 날씨가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시기도 지났다.
팀 분위기도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는 만큼 팀의 4강 탈환이라는 목표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오현택은 “목표는 4강이고, 팀원들 모두 그 목표에 맞추고 있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매 경기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던질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실점을 줄여 팀이 4강에 가게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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