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제 기량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쳐 있는 SK의 필승조에게 4⅔이닝은 너무나도 멀어 보였다. 그런 SK의 안타까움을 하늘이 알아준 까닭일까. 빗줄기가 위기의 SK 불펜을 구했다.
SK는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경기 중반 이후 한화 타선의 폭발력을 막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한 끝에 7-7 8회 강우콜드 무승부를 기록했다. 3연승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한 판이었다. 오히려 억전패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흐름이었다.
선발 문광은은 잘 던졌다. 세 번째 선발 기회를 얻은 문광은은 4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한화의 타선을 잘 막았다. 상대 선발 이태양이 4이닝 6실점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선발 싸움에서는 판정승이었다. 당초 선발 카드만 놓고 보면 한화로 약간 기울어지는 경기였기에 희망이 보였다. 4회까지의 점수는 6-2 리드. 초반 기선을 확실히 잡은 SK였다.

그러나 불펜 싸움에서 무너졌다. SK는 문광은이 5회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곧바로 교체를 결정했다. 투구수가 83개였다는 점, 그리고 문광은이 데뷔 첫 승에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겨두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간은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이었다. 어쨌든 두 번째 투수 이재영이 김경언을 병살타로 잡고 위기를 넘기면서 교체가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SK 불펜은 이제 4이닝을 막아야 했다.
박희수 박정배의 부상 이탈, 로스 울프의 미국행으로 불펜 전력이 약화되어 있었던 SK였다. 여기에 최근 필승조로 뛰고 있는 이재영 전유수 진해수 윤길현 등은 많이 던져 체력이 떨어져 있거나 혹은 부상으로 조심스레 등판해야 할 상황이었다. SK는 3일 경기 선발이 김광현으로 예정된 만큼 이날 불펜을 총동원해 4이닝을 막고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심산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재영은 8월 30일 광주 KIA전에서 1⅔이닝, 그리고 31일 광주 KIA전에서는 2이닝을 던진 상황이었다. 하루 쉬고 다시 등판을 해야 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 55경기에서 67이닝을 던져 극한의 체력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전유수 또한 최근 5일 동안 3경기에서 도합 3이닝을 던졌다. 구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었고 실제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두 선수의 직구 최고 구속은 한창 좋을 때보다 2㎞ 정도가 줄었다. 힘이 떨어지다보니 예민한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기가 어려웠다. 결국 6-2로 앞선 6회 4실점을 했고 7-6으로 앞선 7회에는 전유수가 피에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두 선수는 도합 2⅔이닝 동안 5실점하며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승리도, 체력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SK는 8회 여건욱을 올려 총력전에 들어갔으나 여건욱 또한 31일 경기에서 3이닝을 던졌다는 점에서 다소간 부담이 있었다. 다만 그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중단된 경기는 결국 속개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비가 SK 불펜의 체력을 보완해준 셈이 됐다. 실보다는 득이 많아 보이는 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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