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반복되고 있다. 그 모양새가 익숙해 기시감이 든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유혹'(극본 한지훈 연출 박영수) 16회에서 연인 석훈(권상우)의 전 부인 홍주(박하선)를 의식하는 세영(최지우)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과거 세영과 석훈의 사이를 의심하던 홍주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이날 세영은 석훈에게 "당신의 마음이 겁난다"고 말했다. 석훈의 집에서 과거 홍주와의 결혼반지를 발견한 세영은 "왜 아직 버리지 못하는 걸까 싶었다. 아주 조금 미련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했다"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내가 지켜줄 사람은 당신뿐이다"라는 석훈의 말에도 세영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세영의 속내는 동생 세진(김소영)과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세진은 세영에게 "홍규의 누나가 재혼을 했다더라. 예전 매형이 누나에게 굉장히 잘 했더라"며 무심히 이야기했고, 세영은 "그 누나는 전 남편과 연락을 하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석훈과 홍주 사이에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세영의 진심이었다.
급기야 세영이 석훈과 홍주의 만남을 목격하며 그의 서운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홍주는 늦은 밤 석훈을 찾아왔다. 현 남편 민우(이정진)의 의심과 속상한 심정을 석훈에게 털어놨고, 석훈은 그런 홍주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리고 차마 버리지 못한 결혼반지를 건넸다. 이 광경을 차 안에서 지켜보는 세영의 눈에는 손을 잡는 두 남녀로 보일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지만, 거듭되는 일련의 상황으로 여자는 남자를 믿지 못한다. 여자는 남자가 다른 이성에게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결국 금이 간 신뢰는 관계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석훈과 세영 이전에, 석훈과 홍주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과거 홍주의 상상을 자극했던 세영이 이번엔 불안에 사로잡힌 것이다.
석훈과 홍주의 결혼 생활은 세영의 도발로 망가졌다. 세영은 석훈에게 사흘의 시간을 10억원에 사겠다고 했고, 돈이 필요했던 석훈은 요구에 응했다. 사흘동안 세영과 석훈 사이에 육체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홍주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었다. 이는 나비효과로 이어져 둘은 이혼했다. 세영이 겪는 혼란은 잉꼬 부부를 갈라놓은 단초를 제공한 대가일지도 몰랐다.
'유혹'은 종영까지 4회를 앞두고 있다. 각자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해 하던 인물들은 그로 인해 불행해졌고, 세영은 자신의 자궁에 물혹이 아닌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영이 석훈과의 사랑을 끝까지 지킬지, 홍주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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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