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은 살아있다.
‘비긴 어게인’(존 카니 감독)이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영화의 장점을 고루 갖춘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와 충무로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조용한 반란’이라 부를 수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긴 어게인’의 기세는 놀랍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지난 2일 하루 동안 전국 5만 612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90만 7382명. 조용히 1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가고 있는 그 기세가 놀라운 정도다.

영화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싱어송라이터와 해고된 스타 음반프로듀서가 음악으로 뭉쳐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내용을 그렸다. 음악 영화 ‘원스’ 존 카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마룬5’ 애덤 리바인 등이 출연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넘고 올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그러나 ‘비긴 어게인’을 다양성 영화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실 이 영화는 음악을 소재로 한 매끄러운 상업영화다. 존 카니 감독의 전작 '원스'의 제작비가 단 15만 달러(1억 5천만원)였던 것에 비해, '비긴 어게인'은 2500만 달러(253억원)가 들어갔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서 2500만 달러는 소소한 수준이라 한국 영화계와 절대적인 비교는 아니다.
영화의 분류 방법은 차치하고라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 ‘비긴 어게인’의 흥행 성공은 인상적이다. 연인과 젊은 층의 관객들은 물론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희망의 메시지가 가족 관객들로까지 관객층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주된 흥행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음악의 힘도 세다. 이 영화의 OST는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모조리 석권하며 ‘원스’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마법같은 음악의 힘이 틈새시장을 넓혔다.
‘'비긴 어게인'의 흥행은 추석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비록 추석 영화의 복병이 되기 위해선 3일 나란히 개봉하는 '타짜-신의 손'(강형철 감독), '루시'(뤽 베송 감독), '두근두근 내 인생'(이재용 감독), '닌자 터틀'(조나단 리브스만) 등의 대작들을 뛰어 넘어야 하지만,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큰 영화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흥행해 온 만큼, 어느 정도의 스크린만 확보된 다면 황금 연휴에도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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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