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 한 편의 콘텐츠가 표절 논란 의혹으로 시끄럽다.
여전히 진실을 규정짓기 애매해보이는 표절. 하지만 다른 모습의 두 사례가 표절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 도의적 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충분해보인다.
지난 2012년에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표절 논란으로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역대 천만영화 클럽에 가입된 영화로서 나름의 오점이다.

'광해'는 개봉 당시 케빈 클라인, 시고니 위버 주연 1993년작 외화 '데이브'와 여러 부분에서 유사점이 지적됐다. 설정과 줄거리, 주인공이 겪는 에피소드 등이 비슷하다고 꼬집혔다.
'광해'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광해군이 상궁과 잠자리 후 양귀비에 중독돼 깨어나지 못하자 도승지 허균이 임금이 혼란을 막고자 왕과 똑같이 생긴 대역을 찾고, 그 대역을 통해 정치의 참뜻을 새긴다는 이야기를 줄거리로 한다. '데이브'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 대통령이 혼외 정사 중 뇌중풍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지고, 이에 비서실장이 급하게 대통령과 닮은 사람을 찾아 대역으로 내세운다는 내용을 지녔다.
대통령-임금의 대역이 주인공이고 비상사태 후 국정을 돌보는 이가 비서실장-도승지라는 것, 그리고 대역이 사이가 좋지 않은 중전-영부인을 멀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는 점, 대역이 이런 중전-영부인과 사이가 좋아진다는 점, 대역을 감동-각인시키는 순수한 어린 아이, 국민들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대역의 대사와 말투, 중전-영부인의 진실 발견, 대역에 감동해 목숨을 거는 호위무사-경호원 등의 구조가 유사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캐릭터와 상황 설정,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등 여러 부분에서 부정할 수 없는 유사점으로 '광해'는 표절 의혹에 휩싸였고, 이에 당시 '광해' 측은 "크게 봤을 때 비슷한 설정인 것은 맞지만 '왕자와 거지'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실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확실한 심증의 의혹 제기였다. 표절(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두 저작물의 유사성이지 차이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서 표절'이라고 정확히 짚기에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었다. 주제, 소재, 플롯, 인물, 미장센, 등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어떻게 비슷한 지 그 똑 부러진 잣대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컸다. 영화는 장르마다 고유의 문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러나 2014년 '관상'과 드라마 '왕의 얼굴'의 경우는 좀 다르다.
'왕의 얼굴'을 편성한 KBS와 제작사인 KBS미디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영화 '관상' 측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짐작이 아닌 '현상'이다. '관상'의 제작사 주피터필름 측은 "협상이 있었고, 그것이 결렬됐다는 것"을 이번 표절 사태의 본질로 짚고 있다.
두 작품 간의 유사성을 따지자면, 아직 '왕의 얼굴'이 구체적으로 그 모습이 나오기 전이라 언급할 수는 없지만, 주피터필름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KBS와 함께 드라마를 만들려는 과정 중 틀어지게 됐다.
주피터필름 측은 "KBS가 자회사인 KBS미디어와 주피터필름이 드라마 '관상'의 공동제작을 추진하던 중 협상이 결렬되어 백지화되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권리자인 주피터필름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부정경쟁행위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와 드라마 제작 및 방송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최근 KBS의 '왕의 얼굴' 편성 확정 보도가 나간 이후 MBC와의 드라마 제작 협상은 모두 보류된 상태이다"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에 대한 사전 논의 여부와 그 정도는 법정에서 보다 정확히 가려질 예정이다.
인물과 시대배경이 달라 다르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소재에 대해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KBS의 주장에 대해 주피터필름 측은 "'왕의 얼굴'이 골상(骨相)수상(手相)흉상(胸相)족상(足相) 등 다양한 관상 중 굳이 얼굴상을 채택하고, 이를 동물상에 빗댄 것부터 '관상'의 주요 소재, 인물들의 캐릭터, 플롯과 갈등구조를 그대로 모방(표절)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라고도 설명했다.
여전히 '표절'은 의혹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광해'와 '관상'은 다른 모습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번 '관상'과 '왕의 얼굴'의 법정에서의 결과가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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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