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조범현 눈 뜨게 한 kt의 성장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3 16: 06

“잘 모르겠어. 장님이야. 지금은 아무 것도 안 보여”(웃음)
조범현 kt 감독은 올 시즌 중반 kt의 전력 구상과 선수들의 성장세에 대한 질문에 “아무 것도 안 보인다”라는 농담으로 에둘러 어려움을 시사했다. 그럴 만도 했다. kt의 전력을 이루는 대다수의 선수들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했거나 다른 팀에서 방출된 아픔이 있거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유망주들이었다. 진정한 ‘프로선수’라고 할 만한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 뒤. 조 감독은 퓨처스리그 일정을 종료하는 자리에서 “시즌을 시작할 때는 이 선수들로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많이 성장해가고 있는 과정 자체에서 좋은 모습을 봤다”라면서 “선수들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 대견스럽다”라는 말을 했다. 시즌 내내 좀처럼 선수들에게 칭찬을 하지 않았던 조 감독이라 이런 후한 평가는 의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조 감독이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조 감독은 기량의 향상보다는 선수들의 의지와 프로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에 높은 점수를 줬다. 조 감독은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로서의 생활적인 측면,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열정과 공부 등에서 긍정적인 모습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라 그런지 코칭스태프의 말에도 잘 따랐다. 쉬는 날에도 자발적으로 나와 연습을 하는 모습에서 프로에 대한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흡족해 했다.
실제 kt의 어린 선수들은 기량적으로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정은 선배들 못지않았다. 조 감독이 공언한 강훈련을 모두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기량 향상을 위해 짜투리 시간까지 쪼개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애당초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자세 형성에 초점을 맞췄던 조 감독은 이런 모습이 흡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확신하는 조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돌발적인 상황에 부상 선수들이 나온 것을 딱 하나의 아쉬움을 뽑은 조 감독이지만 “참고 기다려야 할 부분”이라고 인내를 다짐하고 있다. 조 감독은 2일 경기 직후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다들 고생이 많았다. 좋은 모습도 있었고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 자기 자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넣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준비를 잘해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조 감독의 말대로 kt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팀이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구단의 전력 보강, 그리고 검증된 조 감독의 지략이 합쳐진다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 kt는 3일부터 5일까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6일부터 연습경기와 훈련을 통해 다시 담금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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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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