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에 두 명에게만 주어지는 리그 최우수선수(MVP) 트로피가 모두 LA로 모일 수 있을까. 이제는 그 가능성이 제법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트라웃(23, LA 에인절스)이 독주 체제를 갖춘 가운데 클레이튼 커쇼(26, LA 다저스)도 MVP 사냥에 본격 도전한다.
시즌이 종반으로 향함에 따라 개인 수상에도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 중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수상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황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커쇼가 2년 연속 수상에 근접했으며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가 2010년 이후 첫 수상에 다가서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다른 선수들이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에 관심은 문자 그대로 리그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 투표로 향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트라웃의 독주다. 트라웃은 2012년과 2013년 수상자인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가 다소 주춤한 사이 일찌감치 수상 레이스에 돌입했다. 트라웃은 3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33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 31홈런, 97타점, 1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27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넘어섰고 타점도 경신이 확실시된다. 팬그래프닷컴의 집계에 의하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6.4로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로빈슨 카노(시애틀),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경쟁자들이 추격하기에는 너무 앞서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트라웃이 MVP를 수상한다면 에인절스 선수로는 2004년 블라디미르 게레로 이후 첫 경사다.
한 개의 트로피는 LA로 올 것이 유력하다. 나머지 한 개가 문제인데 커쇼가 눈부신 페이스로 역전극에 도전하고 있다. 커쇼는 투수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MVP를 받아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애당초 불리한 여건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5~6주 정도를 쉰 것도 감점 요인이다. 그러나 복귀 후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며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3일까지 성적은 17승3패 평균자책점 1.70이다. 압도적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내셔널리그 타자 쪽에서는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가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기 어렵다는 점음 감점 요인이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커쇼의 역전 가능성을 점차 높게 치고 있는 모습이다. 커쇼가 MVP를 수상한다면 내셔널리그에서는 1968년 밥 깁슨 이후 46년 만에 첫 투수 출신 수상자(아메리칸리그는 2011년 저스틴 벌랜더)가 되며 다저스 선수로는 1988년 커크 깁슨 이후 처음이다.
다저스도, 에인절스도 몇몇 MVP 수상자를 배출한 기억이 있지만 두 팀이 한 시즌에 양대리그 MVP 트로피를 모두 쓸어 담은 적은 없었다. 나란히 각 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 팀이 MVP 레이스에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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