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더블헤더, 순위경쟁 변수로 등장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9.04 06: 19

각 팀이 128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는 올해 시즌이 길어질 여러 가지 이유를 동시에 갖고 있다.
대부분은 예상된 것들이었다. 9구단 체제에서 한 팀은 무조건 쉬어야 하므로 어느 정도 일정이 지체되는 것은 이미 지난 시즌에 경험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도 애초에 정해진 것이기에 돌발변수는 아니다. 단지 예상보다 비가 더 많이 오는 것이 문제다.
KBO의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매년 6월 말과 7월 초를 제외하면 비가 많지 않았다. 큰 무리 없이 11월 초에 한국시리즈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7~8월에 1주일 이상이 밀려 비상사태다”라며 걱정했다. 당초 11월 10일에 한국시리즈 7차전을 끝낼 것이라고 봤던 KBO는 7차전 종료 예상일을 11월 12일로 미뤄둔 상태다.

이미 많은 경기들이 장마로 밀린 가운데,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된 후 그 경기들이 또 순연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KBO는 되도록 더블헤더를 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정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더블헤더를 치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경기의 질적 측면이나 관중 동원 등을 고려하면 더블헤더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 부장은 “(잔여경기 일정 발표 후) 밀린 경기에 대해서는 더블헤더도 고민하고 있다. 두 팀이 연전일 때 첫날 비가 와서 경기를 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날에 두 경기를 다 소화할 수는 있다”는 말로 가능성은 열어뒀다.
공정을 기해야 하는 KBO로서는 더욱 더블헤더를 피해야만 한다. 현재 NC가 안착할 것으로 보이는 3위를 제외하면 나머지 순위는 잠정적 주인이 가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다른 팀이 하지 않는 더블헤더를 치르면 그 팀은 심신이 모두 지친다. 또한 타격왕 레이스 등 개인기록에 있어서도 한 팀의 선수가 하루에 두 경기를 뛰면 체력적 부담이 생겨 페이스가 무너지는 나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블헤더를 할 일말의 확률은 있다.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된 뒤 또 미뤄지는 경기가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선 당분간은 예보 상으로 비 소식이 없다. 아시안게임 이후에 날씨가 어떨지 지금은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그간 9~10월에는 비가 오는 날이 적었다는 통계만 믿을 수밖에 없다.
만약 더블헤더가 진행된다면 삼성과 넥센이 벌이는 선두싸움, 그리고 4위 이하 모든 팀들이 엮인 4위 경쟁에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2012년 막판까지 2위를 달리며 내심 선두까지 노리던 롯데는 9월 14일 광주 KIA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진 뒤 2차전에선 황정립의 연장 12회 동점 솔로홈런에 승리를 날려 1무 1패를 했고, 이후 추락해 4위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올해 역시 어떤 팀에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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