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익(23, 두산 베어스)은 모든 지도자들이 좋아할 조건들을 갖췄다. 키(207cm)가 크고 왼손으로 공을 던지며, 구속도 140km대 후반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을 투수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병역까지 해결했다.
두산에 드래프트되기 이전에는 이런 모든 것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두산은 가능성만 보고 장민익을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7순위) 지명했다. 공익근무를 마쳐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데 걸림돌이 없는 장민익은 고교시절에 비해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두산은 올해 퓨처스 팀의 대만 스프링캠프에도 장민익을 데리고 갔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두산 퓨처스 팀의 황병일 감독은 “체중이 많이 불어 체중도 조절하면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재활 선수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이두박근 통증이 왔다. 그래서 훈련을 중단하고 다시 재활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후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소화한 장민익은 꾸준히 재활 일정을 거쳤고, 7월 말부터 퓨처스리그 실전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성적은 10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9.64에 불과하지만, 실전 기록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LG를 상대로는 151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다. 좋은 신체조건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통증이 없다는 것이 가장 좋은 소식이다. 황 감독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틀 연속 투입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때는 좀 안 좋았다. 본인이 아프지 않다고 하니까 반은 성공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다 된 것은 아니다. 계속 신중하게 체크해 나가고 있다”라며 긍정적이지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긴 것도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처음에는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본인도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상당히 안정됐다. 공은 원래 좋았는데 제구가 문제가 되면서 많이 맞았지만 현재는 제구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져 있다”는 것이 황 감독의 설명.
이미 유희관이 선발진에 안착한 두산은 상무에서 돌아온 이현승이 왼손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아줬고, 올해 함덕주라는 든든한 좌완을 발굴해냈다. 여기에 장민익과 진야곱, 이현호 등 전역 예정자들까지 다음 시즌 1군 엔트리 경쟁에 가세해준다면 두산엔 좌완이 없다는 말도 옛말이 된다. 국내 최장신 투수 장민익은 이들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은다.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을 뿐, 점점 풀 패키지가 되어가고 있는 장민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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