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에 불과한 어린 센터가 한국골밑을 점령했다. 주인공은 요나스 발렌츄나스(22, 토론토 랩터스, 211cm)였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4일 새벽 3시(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그란 카나리아에서 벌어진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 D조 예선 4차전 리투아니아전에서 로 패했다. 이로써 앙골라, 호주, 슬로베니아에 이어 4연패를 당한 대표팀은 조 4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리투아니아는 12명의 평균신장이 무려 202cm에 달하는 장신군단이다. 188cm의 사루나스 바실리아우스카스가 가장 작은 선수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194cm가 넘는다. 2m 이상 선수가 7명, 210cm 이상 장신이 4명이나 되는 장대군단이다. 205cm가 넘는 선수가 김주성, 이종현, 김종규 세 명에 불과한 한국이 리투아니아의 높이를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특히 가드진은 상대선수들과 20cm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리투아니아에서 돋보인 선수는 발렌츄나스였다. 그는 초반부터 화끈한 덩크슛을 터트리며 한국의 기를 죽였다. 김종규과 문태종의 연속득점이 터진 한국은 14-10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발렌츄나스는 연속 덩크슛을 터트리며 제공권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장대군단의 공격에 한국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전반전을 29-39로 뒤진 한국은 3쿼터를 18-4로 뒤지며 완전히 주도권을 내줬다. 발렌츄나스는 21분만 뛰고 12점, 8리바운드, 덩크슛 네 방으로 한국골밑을 점령했다.
지난 2011년 라트비아에서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이 열렸다. 당시 발렌츄나스는 대회평균 23점, 13.9리바운드, 3.2블록슛을 기록하며 NBA 스카우터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결승전에서 36점을 폭격한 그는 리투아니아가 세르비아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데 결정적 활약을 펼쳐 토너먼트 MVP를 수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11년 NBA 드래프트서 전체 5순위로 토론토 랩터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해 리투아니아의 유로바스켓 준우승에 일조하며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올랐다.
3년 전 대회에 이종현도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한국은 리투아니아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종현은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3년 만에 성인무대서 다시 만난 두 선수의 격차는 훨씬 더 현격하게 벌어져 있었다. 발렌츄나스는 지난 시즌 토론토에서 평균 11.3점, 8.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주전센터로 자리를 굳혔다. 2년 간 세계최고무대 NBA에서 뛰면서 성인무대 적응을 완전히 마쳤다.
반면 이종현은 고려대에서 2년을 보내며 국내최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대학무대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기량이 정체된 측면이 없지 않다. 발렌츄나스는 김종규보다 한 살 어리고 이종현보다 두 살 많다. 하지만 상대하는 선수의 기량은 격이 다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대결로 발렌츄나스는 어린 나이에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발렌츄나스의 성장은 김종규와 이종현에게도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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