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코드의 시련, 가요계 더 슬픈 이유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9.04 09: 11

지난 3일 전도유망한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에게 닥친 시련은 가요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멤버들, 소속사와의 직접적인 친분을 넘어서 '남일이 아니다'는 깊은 공감까지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가요계 종사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지난 3일 하루만큼은 '떠들썩'한 홍보도, '우리 가수가 1위 해야 한다'는 욕심도 없이 다같이 침울해하는 분위기였다.
# 우리도 늘 하던 스케줄이었는데

레이디스코드의 사고는 '스케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대구에서 진행된 KBS '열린 음악회' 녹화였다. 방송사가 특집을 마련해 지방에서 녹화를 하는 건 매우 흔한 일. 이같은 일정은 주최 측이 교통편부터 숙박까지 해결해주는 해외 공연과는 여건이 다르다. 출연료도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수준.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소속사가 '돈에 환장해 뺑뺑이 돌리는' 식의 행사 스케줄도 아니었다.
신곡 홍보 기간에는 마음이 급해진다. 요즘엔 '왕년의' 가수들이 털어놓는 하루 스케줄 12개 시절처럼 일정이 빡빡하지도 못하다. 매주 치러지는 음악방송이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개. 새벽부터 진행되는 드라이 리허설부터, 방송까지 소화하면 가수는 일주일에 상당 시간을 서울 방송국에 잡혀있어야 한다. 방송 후 PD와 함께 진행되는 회식까지 참석하면 매니저는 그야말로 5일 내내 방송국 '붙박이'다.
그중 1~2개 출연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빡빡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지방 팬을 안만날 수도 없는 노릇. 방송사의 섭외도 모른 척 하기 어려운 을의 입장. 남은 시간은 더 바빠진다. 더구나 신곡 수명이 점차 줄어들어 한달 남짓 짧은 시간 안에 곡을 홍보해야 하다보니, 한시간이 천금 같다.
엄청난 비가 쏟아지던 3일 새벽 1시30분, 수원 인근을 지나고 있던 레이디스코드는 그래서 그리 특이할 게 없는 모습이었다. 1시30분의 귀가는 신곡으로 활동 중인 가수들 기준으로 그리 늦은 게 아니다. 가수라면 누구나 소화하는 수준의 일정이었다. 그래서 이 사고를 바라보는 동료 가수들의 심경은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 차량에서 일상 대부분 소화.. 남일이 아냐
연예인들이 다른 사람보다 교통사고에 더 취약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의 사고가 모두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과속이나 매니저의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직 경찰조사가 다 끝나진 않았지만)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는 직업과 관계 없이 일어난다.
다만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보니, 가능성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몇몇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고도 여전히 일상의 상당부분을 차량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점은 이들의 숙명이다. 일하는 공간이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가수로서는 차량 이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매니저의 경우에는 '운전이 무서워졌다'며 사표를 내는 경우가 꽤 많다. 특히 조금만 늦어도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연예인의 운전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 얼마나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인지는 매니저들만 알 것이다.
레이디스코드에게 수많은 메시지가 쇄도했지만 슈퍼주니어 규현의 트위터 글은 그래서 특히 더 인상적이다. 그는 트위터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걸 보는 많은 분들 함께 기도 해 주세요. 치료중인 멤버들 좋은 소식 들리길 바랍니다"고 썼다. 그 역시 교통사고로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맞았었다. 그는 2007년 4월 KBS '키스더라디오' 출연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반포대교에서 멤버들을 태운 차량이 규현이 타고 있던 방향으로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수의 갈비뼈가 부러져 출혈이 발생하고 기흉이 나타나는 등 가슴과 골반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응급처치만 13시간. 수술 여부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처럼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차량 사고는 대부분의 그룹들이 한두번씩 겪었던 일. 뒷좌석에 탄 가수들은 안전벨트를 매는 것 외에는 사고의 경중을 컨트롤할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같은 사고 소식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 음원차트 1위, 그 간절함
지난 3일 밤에는 가요관계자들이 멜론 등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캡쳐하기 바빴다. 레이디스코드의 지난해 발표곡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가 차트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 사고로 숨진 은비의 생전 소원이 음원차트 1위였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과 네티즌들이 이 곡을 스트리밍한 덕분이었다.
다른 가수의 1위 소식에는 늘 신경이 곤두서는 가요계도 이번만큼은 이번 순위를 서로 공유하며 크게 기뻐했다. 가수에게 음원차트 1위가 얼마나 간절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1시간에 한번씩 순위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휴대폰을 쥐고 떨려했을 멤버들에게 이는 단순히 팬들의 '선물' 그 이상의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이는 큰 시련을 이겨내고 있는 레이디스코드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소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4일 오전 OSEN에 "음원차트를 봤다. 직원들도 모두 보고 힘을 내더라. 다른 팬들도 나서서 응원해주는 거라 더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