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널사’, 어떻게 최약체 무시 딛고 원작 뛰어넘었나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9.05 07: 00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선전은 예상 밖이었다.
해외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드라마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 쟁쟁한 경쟁 드라마의 존재, 평범한 신데렐라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 등의 방영 전 걸림돌이 꽤나 컸다. 허나 이 드라마는 최약체 사전 평가와 달리 한국 정서에 딱 맞은 각색과 캐릭터에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의 열연, 젊은 감각의 연출 덕에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쏠쏠한 수확을 거뒀다.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지난 4일 이건(장혁 분)과 김미영(장나라 분)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마무리됐다.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웃는 완벽한 행복한 결말로 20회가 끝이 났다. 되짚어보면 이 드라마의 성공은 쉽사리 예측되지 못했다.

지난 7월 2일 첫 방송을 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조인성과 공효진의 SBS ‘괜찮아 사랑이야’, 안정적인 시청률이 담보되는 시대극인 KBS 2TV ‘조선총잡이’와 맞물려 방송되며 순탄치 못한 경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무릇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 경우가 많았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예상보다 만만치 않았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중박 이상의 결과물을 얻었다. 여기에는 대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웰메이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편안하게 보다보면 빠져드는 중독성 있는 드라마였다.
일단 대만 원작 드라마를 한국 정서에 맞게 구성했고, 젊은 감각의 연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12년 전 ‘명랑소녀 성공기’의 성공을 이끌었던 장혁과 장나라의 로맨스 조합의 힘은 화학 작용을 일으켰다. ‘믿고 보는 케미스트리(조합)’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장혁의 위력적인 코믹 연기와 장나라의 공감 가득한 캔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다소 개연성이 없을 수 있는 임신 후 갈등 끝에 사랑이 싹트는 이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를 쫀쫀하게 만들었다. 장혁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는 코믹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했다. 장나라의 절절한 감정 연기는 식상할 수 있는 캔디형 여자 주인공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연기 잘하는 두 배우는 폭넓은 감정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사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잘 알려진대로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이다. 이미 중화권에서는 큰 인기를 누렸지만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로맨틱 코미디로 여겨질 수도 있다. 모르는 남자와 우연한 하룻밤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된 한 여자와 대대손손 30대에 절명하는 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후세를 잇는 것이 절대적 소명이 된 한 남자의 예기치 않은 사랑 이야기라니, 새로움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 같은 한계에도 한국판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제작진의 감각적인 구성력에 있었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한 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설정과 패러디가 난무했지만 이를 세련되게 담아내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뤘다. 적재적소에 웃기고 재기발랄한 장면들을 넣어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특히 해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소재를 적절히 집어넣어 성공적인 한국판을 탄생시켰다. 물론 신데렐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큰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고, 워낙 경쟁 드라마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시청률 역시 막판에 탄력을 받진 못했지만 방영 전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 최약체로 여겨진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선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운명처럼 널 사랑해’ 후속으로는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여인 봄이가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고,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 강동하와 아이들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휴먼 멜로 드라마인 ‘내 생애 봄날’이 오는 10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감우성, 수영, 이준혁, 장신영이 출연하며, ‘고맙습니다’, ‘보고싶다’ 등을 통해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 연출을 보여준 이재동 PD와 ‘히어로’의 박지숙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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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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