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그래도 준수해 보이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돈값’을 못하는 LA 다저스의 타선이 불안하다. 갈수록 공격이 침묵하는 가운데 지구 1위 수성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저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5-8로 졌다. 위닝시리즈를 결판 지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4회까지 가는 접전 끝의 패배라 더 아쉬웠다. 깜짝 선발로 나선 카를로스 프리아스의 6이닝 무실점 역투, 다저스의 희망을 안긴 저스틴 터너와 칼 크로포드의 활약 등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날 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가 콜로라도에 져 2경기 차를 유지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이길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경기 내내 어려운 공격 흐름을 보였던 다저스는 3-3으로 맞선 10회와 11회 모두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깊숙한 플라이 타구 하나면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0회에는 곤살레스와 유리베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고 11회에는 부테라와 고든이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허탈한 한 판이었다.

한 경기 부진이라면 그렇다고 칠 수도 있다. 그러나 폭발력 및 장타력 부재, 그리고 기복 심한 모습은 시즌 내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못하다. 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하물며 다저스는 정규시즌만 바라보는 팀이 아니다. 좋은 투수들이 줄줄이 나올 포스트시즌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풀고 가야한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사실 ‘몸값’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표면적인 성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다. 4일 현재 다저스의 팀 타율은 2할5푼9리로 콜로라도(.274)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다. 출루율(.328)도 필라델피아에 이은 2위, 장타율 3할9푼2리는 리그 6위다. 그러나 득점(575점, 경기당 4.1점)은 리그 6위로 떨어진다. 동부지구 선두인 워싱턴(592점), 서부지구 2위인 샌프란시스코(582점)보다 적다.
7월 이후 득점력은 더 떨어진다. 7월 24경기에서 98득점(경기당 4.08점)을 기록했던 다저스는 8월 28경기에서는 107점(경기당 3.82점)으로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이는 포스트시즌에서 진출이 유력한 경쟁자들에 비해 처지는 수치다. 이 기간 샌프란시스코는 경기당 4.86점, 워싱턴은 4.66점, 세인트루이스는 4.41점이었다. 특히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는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다저스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어 대비를 이룬다.
이러다 보니 믿었던 선발 투수들이 무너지면 맥없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다저스는 경기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2할4푼6리의 팀 타율을 기록해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다저스가 올 시즌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리그 최하위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 상징적이다. 득점권 타율은 2할7푼4리로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만루에서의 타율은 1할7푼2리로 내셔널리그 꼴찌다. 경기를 쉽게 풀어갈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선발 투수들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다저스다. 실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다저스 선발 투수들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준을 거의 매 경기 초과 충족시키며 팀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선발이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기까지 팀 공격을 이끌었던 야시엘 푸이그, 디 고든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도 변수다. 다저스의 물타선 탈피 여부는 지구 1위 수성과 포스트시즌 향방의 키를 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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