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345' 강민호, 행동으로 보여준 속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05 05: 50

롯데 자이언츠 안방마님 강민호. 작년 롯데가 FA 자격을 얻은 그를 역대 최고액으로 붙잡았을 때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동안 숱한 구단들이 강민호에 관심을 보냈지만 강민호는 롯데에 남는쪽을 택했다.
그리고 맞이한 2014시즌, 강민호는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수비에서는 여전히 든든하지만, 타격이 2년 연속 살아나지 않았다. 마음고생도 많았고, 타격폼도 그만큼 자주 바꿨다. 며칠 잘 맞는 날도 있었지만, 다시 침묵이 길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항상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강민호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그 사실을 미소속에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야구해라"는 부모님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을 뿐, 강민호 역시 안 맞는날은 깊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선수다.

그랬던 강민호의 승부욕이 터진 게 바로 지난 달 30일 잠실 LG 트윈스전이다. 경기종료 후 심판 판정에 분노해 물병을 집어던졌고, 이걸 팬들이 목격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됐다. 강민호는 곧바로 고개숙여 사과했고, 또 KBO는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강민호에게 벌금과 사회봉사 징계를 내렸다.
분명 분노와 승부욕을 그릇된 방법으로 표출한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선수가 그라운드를 향해 물건을 던져서는 안 된다. 만약 강민호가 물병을 그라운드가 아니라 더그아웃 한쪽 벽으로 던졌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미트 투척사건'처럼 승부욕으로 포장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 일은 강민호 본인도 깊게 뉘우치고 있었다.
그날 이후 강민호는 마음에 짐 두 개를 짊어지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 중심선수로 개인성적과 팀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기에 팬들에게 미안하고, 또 그라운드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보여줬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지난 달 2군에 다녀온 뒤 타격성적은 분명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민호는 복귀한 뒤 9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 홈런 2개 3타점을 기록 중이다. 9월 첫 경기였던 4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은 7회 만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데 이어 9회 쐐기 솔로홈런을 쏘아올려 팀 2연승을 이끌었다. 김시진 감독이 "강민호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 보여주길 바란다"고 따로 언급할 정도였다.
방망이로 팀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강민호지만 인터뷰는 조심스러웠다. '물병사건' 이후 선발 복귀전이었던 만큼 팬들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특별히 잘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팬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는 게 강민호의 설명.
그리고 진짜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강민호는 "남은 경기도 이런 마음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대호 이후 부산야구 최고스타에서 올 시즌 마음고생까지, 강민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담금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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