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 손아섭은 올해도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4일 현재 손아섭의 타율은 3할6푼2리(482타수 149안타)로 3위. 1위 서건창(.368)과는 고작 6리 차이다. 한경기 내용에 따라 계속해서 타격왕 순위가 바뀌고 있다.
이처럼 올해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손아섭에게도 고민이 있으니 득점권 타율이었다. 올해 손아섭의 득점권 타율은 3할4푼5리로 시즌 타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8월 말 팀 연패가 길었던 시기에 득점권에서 계속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8월 월간타율은 3할2푼9리. 시즌 타율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장타 생산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8월 손아섭이 친 안타는 24개, 그 가운데 장타는 4개 뿐이었다. 2루타와 3루타가 하나씩 있었고 홈런이 2개였다. 올해 안타/장타 비율이 23.4%였던 손아섭은 8월 16.7%로 떨어졌다.

손아섭은 "8월에 잘 맞지않아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시즌이 긴데 슬럼프가 없을수는 없다. 8월에는 어떻게 해봐도 내가 좋을 때 스윙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장타보다는 선구안과 컨택 위주의 타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타와 타격 정확도는 보통 반비례하기 마련인데 손아섭은 "올해는 장타쪽에 조금 비중을 두고 했는데, 8월에는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공을 많이보고 출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4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도 손아섭은 "아직 타격감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그에게 득점권 타율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손아섭은 기다렸다는 듯이 "득점권에서 못친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있다"고 했다.
통계는 커리어 내내 찬스에 강한 타자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 한 달, 한 시즌 이렇게 작은 부분을 떼어내 성적을 보면 득점권에 강한 시기도 있지만, 표본이 많아지면 타율과 득점권 타율은 수렴한다. 이 사실에 대해 손아섭은 "어느정도 공감은 하지만 정말 심장이 강해서 찬스에 강한 타자가 있다"며 "8월말에 득점권 타율이 낮은 건 내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찬스에서 욕심을 부리다가 아웃을 당한 게 아니라, 워낙 타격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득점권 찬스가 자주 왔다. 그러다보니 득점권 성적도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1년 내내 컨디션이 똑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8월 득점권에 약해서 고민하던 손아섭은 9월 첫 경기인 SK전에서 5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2연승으로 이끌었다. 0-3으로 끌려가던 6회 호투하던 김광현을 두들겨 시즌 13호 홈런을 뽑아내더니 1-3으로 따라붙은 7회 2사 1루에서는 좌중간 1타점 2루타로 역전의 발판을 놨다. 순도 100% 활약, 손아섭이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롯데는 6-4로 이겼다.
경기 전까지 "아직 밸런스가 안 돌아왔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손아섭이지만 이렇게 한 경기 좋은 타격을 보여주면 그 상승세를 한동안 이어가는 선수다. 손아섭의 힘이 가장 필요한 9월, 그의 뜨거운 방망이는 롯데에 분명한 호재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