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20년, 허재를 능가하는 스타가 없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9.05 02: 05

한국농구의 세계무대 도전이 5연패로 허무하게 좌절됐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5일 새벽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와의 2014 FIBA 스페인 농구월드컵 D조 예선 5차전에서 71-87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 5경기에서 앙골라, 호주,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멕시코에게 전패를 당하며 대회를 마쳤다.
무려 16년 만에 나가본 세계무대였다. 한국이 가장 마지막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무대는 지난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이었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이란, 레바논, 요르단 등 중동세와 숙적 중국에 밀려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한 한국은 극적으로 막차를 탔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농구는 세계농구와 엄청난 격차를 실감했다. 농구는 신체조건이 크게 좌우하는 운동이다. 체격조건이 불리한 한국은 세계와 비교해 높이와 파워에서 항상 열세였다. 하지만 득점기술에서 세계농구에 족적을 남긴 한국농구 선배들은 있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에서 승리를 맛본 것은 무려 20년 전이다. 1994년 토론토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크로아티아, 호주, 쿠바와 함께 B조에 속했다. 호주에게 85-87로 아깝게 패한 한국은 크로아티아에게 53-104로 대패를 당했다. 한국은 쿠바에게 79-92로 패했다.
3그룹으로 떨어진 한국은 스페인에게 57-98로, 아르헨티나에게 83-105로 크게 졌다. 하지만 이집트를 89-81로 이겼다. 13-16위 순위결정전으로 밀린 한국은 앙골라를 75-71로 이기고 2승을 챙겼다. 이어 이집트와 다시 만나 76-69로 이겨 최종 13위를 차지했다. 
허재는 대회평균 19.3점으로 득점랭킹 5위를 차지했다. 문경은 SK 감독도 평균 19점으로 6위를 차지했다. 대회 후 NBA신생팀 밴쿠버 그리즐리스에서 허재를 데려가려 했던 시도는 결코 꿈이 아니었다. 1990년 대회서 한국 에이스였던 허재 KCC 감독은 이집트전에서 무려 62점을 퍼부었다. 이는 농구월드컵 역사상 한 경기 최다득점으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재밌는 것은 ‘슛도사’ 이충희 전 동부 감독도 1986년 대회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45점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그 기록은 역대 7위다. 이충희는 당시 스페인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병역 문제로 고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동파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은 1970년 대회에서 평균 32,6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는 역대 월드컵 평균득점 2위로 남아있다. 1위는 니코스 잘리스(그리스)가 세운 33.7점이다. 서장훈 역시 1998년 15.2점으로 득점 6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5전 전패로 최하위인 16위에 그쳤다.
한국농구가 허재시대 이후 무려 20년 동안 세계대회 승리가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처럼 신체조건이 불리한 나라에서는 걸출한 개인기와 득점능력을 겸비한 슈퍼스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농구는 무려 20년 동안 세계무대를 호령할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금의 선수들은 체격조건은 좋아졌지만, 기술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국농구가 다시 허재와 같은 국제적 스타를 배출할 수 있을까. 나아가 세계무대에서 다시 승리를 신고할 수 있을까. 한국농구에 남겨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허재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은 54점이 아닌 62점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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